남자친구와 이별하던 날, 거짓말처럼 부모의 로또 1등 소식을 전해 들은 앵두(류현경). 부모는 세계 일주를 떠나고, 앵두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 함께 살기로 한다. 그 이후로 5년이 지났지만 앵두와 친구들의 사정은 변한 게 없다. 작가지망생 앵두는 매번 낙방하면서도 다시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소영(하시은)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유롭게 산다. 미술관 큐레이터 윤진(강기화)은 결혼을 앞둔 오랜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고, 마음 여린 미술교사 나은(한송희)은 학교에서 만난 외국인 교사와 부쩍 가까워진다. 네 여자는 각자의 사정으로, 꼬여가는 연애문제로 울고 웃으며 관계를 돈독히 쌓아간다.
영화는 20대와 30대 사이에 걸쳐 있는 세대의 여자들에게 건네는 친근한 편지 같다. 타깃이 또렷하고 목적이 명확하다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한계지만, 친구와의 관계나 결혼할 타이밍,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모습들은 퍽 와닿는다. 소소한 재미를 남기는 유머러스한 설정과 타이밍들도 영리하다는 인상을 준다. ‘서른이 돼도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아. 그러니 같이 힘내자’는 투의 응원을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앵두부모의 로또 당첨 소식만큼이나 영화는 판타지의 연속이다. 현실에서라면, 개인전까지 여는 아티스트가 백수에 작가지망생인 여자를 짝사랑하게 될 리 없다. 결혼정보회사에서 A급으로 분류될 것 같은 남자가 직업도 변변치 않은 여자에게 관심을 둘 리도 만무하다.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매너 좋은 이성친구’도 칙릿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다. 무엇보다도 현실 속 28살의 여자들에겐 연애보다 중차대한 걱정거리가 널리고 널렸다. 예쁜 손글씨로 곱게 쓴 정성은 돋보이지만, 앵두와 친구들의 이 편지가 현실적인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