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그녀 <마이 라띠마>
2013-06-05
글 : 이화정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국제 결혼한 타이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 가족도 직업도 없이 빚만 잔뜩 진 채 전전하는 남자 수영(배수빈). <마이 라띠마>는 오갈 데 없는 두 남녀의 극적 만남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수영은 길거리에서 한국 가족의 학대로 위험에 처한 마이 라띠마를 아무런 조건없이 구해주고, 함께 서울로 향한다.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중, 수영은 호스티스 영진(소유진)의 유혹에 빠져들고 마이 라띠마를 저버린 채 떠난다.

<마이 라띠마>는 영락없는 신파 멜로 구조의 영화다. 서울에 온 라띠마와 수영이 주인 없는 건물에 숨어 유사 신혼생활을 해나가는 장면과, 수영이 팜므파탈인 영진을 만난 뒤 마이 라띠마가 겪는 고초는 정확하게 대구를 이루며 둘의 사랑에 닥친 비극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온전히 감정적으로만 빠져들기에는 곁가지들이 다소 많은 편이다. 절절한 멜로의 감정을 기술하는 대신에 영화는 수영과 마이 라띠마 그리고 영진으로 이어지는 이 사회의 밑바닥층에 대한 연민을 앞세운다. 특히 초반에 이주민인 마이 라띠마가 한국 가족에게 받는 학대장면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현실적 디테일을 제공한다. 멜로 장르에서 캐릭터의 시련을 공고히 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시선과 주제의식이 앞서는 모양새. <자전거 소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등 개성있는 단편을 연출해온 유지태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만듦새는 거칠지만 감독 유지태의 연출 방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기엔 충분하다. 영화 속에서 발군의 재능은 마이 라띠마를 연기한 신인배우 박지수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한명의 순수한 타이 여성이 온갖 풍파를 겪으며 파멸해가는 모습을 잘 살려냈다. 한 여성의 파국을 그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타니 미키가 연상되는 호연이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으며, 제15회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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