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모니터 뒤에서 웃음 참느라…
2013-06-06
글 : 송경원
<저스트 어 이어>로 감독 데뷔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작가 댄 메이저

흔한 로맨틱코미디영화 한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 제작이라고는 하지만 1년차 부부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이란 설정이 참신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식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영화 앞에 댄 메이저라는 이름을 더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기대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무려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의 작가 아닌가. 이토록 발칙하고 기발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인물의 영화가 밋밋하게 끝날 리 없다는 일종의 확신. 첫 연출작 <저스트 어 이어>를 들고 찾아온 감독 댄 메이저의 의외의 일면을 만나보자.

-첫 연출작을 로맨틱코미디영화로 고른 이유가 있나.
=나는 나의 결혼생활을 통해 드러나는 모순을 10년간 관찰해왔고, 이제 영화로 만들어서 풀지 않으면 안될 만큼 많은 소재가 생겼다. (웃음) 결혼식장에서 커플들을 볼 때마다 ‘저들은 얼마나 갈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한번은 아내의 친척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신랑이 신부에게 로맨틱한 말을 하지 않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 아닌가. 무심결에 아내에게 “한 일년 가겠군”이라고 내뱉어버렸고, 그 순간 <저스트 어 이어>가 탄생했다. 물론 내 결혼생활은 더 힘들어졌다. (웃음)

-왜 하필 1년인가.
=결혼생활은 첫해가 가장 어렵다. 7년이 고비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결혼 첫해에 찾아오는 고비가 가장 치명적이고 힘든 것 같다.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을 완성하는 커플이 아니라 회오리바람처럼 사랑에 휩싸였다가 현실을 마주하는 커플을 그려보고 싶었다. 대개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는 시간이 딱 1년이다.

-워킹 타이틀과는 어떤 인연으로 연출을 맡았나.
=2001년부터 워킹 타이틀과 일을 해왔다. 사샤 바론 코언과 함께 <못말리는 알리>(2002)로 인연을 맺었고 그때의 즐거움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지난 20년간 훌륭한 로맨틱코미디를 만든 이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건 내게 매우 큰 기회였다. 이 안티 로맨틱코미디(<저스트 어 이어>는 기본 로맨틱코미디 공식과는 정반대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내겐 그들이 축적한 경험이 간절히 필요했다.

-<보랏…>으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보랏…>의 경험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최고의 코미디는 캐릭터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훌륭한 캐릭터를 창조해내고 나면 그를 어떤 상황에 갖다놔도 캐릭터가 알아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저스트 어 이어>에서의 목표도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더불어 웃음은 현실에 담아낼 때 비로소 공감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캐릭터를 어떻게 자유롭게 할 것인가에 달렸다. <보랏…>은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준 작품이다.

-코미디 작가로서의 롤모델이 있나.
=사실 찾기 어렵다. 코미디 작가가 많은 영광을 누리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현실과 코미디를 적절히 결합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무조건 그를 따르겠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주드 애파토우와 애덤 매케이는 누구나 알 만큼 훌륭한 사람들이다. 주드 애파토우의 코미디는 우스꽝스럽지만 호감이 느껴져 좋다. 그냥 웃긴 걸로 치자면 애덤 매케이를 따라잡을 이가 없다. 노라 에프런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저스트 어 이어>로 연출에 도전했다. 각본 쓸 때와 차이가 있다면.
=두 가지를 함께하는 건 굉장한 압박이다. 보통 영화가 좋지 않으면 작가는 감독이 영화를 망쳤다고 변명할 수 있으니까. (웃음) 그때마다 감독들에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는 핀잔을 들어왔는데 이번엔 내 호박에 내가 줄을 그어야 했으니, 어찌됐건 결과물이 수박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매 순간이 사랑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첫 연출이다. 어려웠던 점은.
=모니터 뒤에서 웃음을 참는 것? 정색한 표정을 짓느라 힘들었다. 또 하나는 수년간 존경해온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그들이 즉석에서 생각해낸 연기가 나의 상상보다 훨씬 더 웃기고 훌륭할 때였다. 감독으로서는 황홀한 경험이었지만 작가로서는 좀 슬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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