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은 결혼 2년차 부부 현수와 주희의 일상과 고민을 담담하게 지켜본다. 현수와 주희는 곧 장건재 감독과 김우리 프로듀서 부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전작 <회오리 바람>처럼 감독 본인의 경험이 담겼는데 만듦새는 한층 꼼꼼하고 견고하다. 혼자만이 아닌 두 부부의 고민이 한데 녹아들어가서다. “사진을 인화하듯이” <잠 못 드는 밤>을 정성스럽게 건져올렸다는 장건재 감독은 요즘이야말로 진짜 ‘잠 못 드는 밤’의 연속이라고 털어놓았다.
-<회오리 바람>에 이어 다시 감독 본인의 이야기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쓰던 시나리오가 진척이 더뎌서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벼운 작업이 필요했고, 당시 결혼 3년차였던 우리 부부의 삶을 영화에 담아보기로 했다. 영화 일을 시작하고 난 뒤 겪은 가장 큰 변화가 결혼이다. 영화 하는 사람들의 상황이 대개 비슷하지 않나. 대부분 비정규직이니까 결혼과 육아 문제를 고민하더라.
-영화가 단출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면서도 두 사람만으로 화면이 꽉 차 보인다. 김병수 촬영감독과는 어떤 의견을 나눴나.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의 형식이 아니라 비디오 다이어리 같은 느낌을 원했다. 여러 가지 구도로도 찍어보고, 어떤 카메라가 원하는 질감을 포착할 수 있는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포맷부터 최신 포맷까지 테스트를 전부 거쳤다. 4:3의 화면비를 선택한 것도 두 사람의 며칠간을 기록한 사진첩 같은 느낌을 줬으면 해서다. 관객이 인화된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를 느끼길 바랐다.
-대사가 꼬이거나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는데 굳이 편집하지 않았다.
=리얼하게 찍고 싶었기 때문에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기까지, 많게는 하루에 18시간도 촬영했다. 삶엔 NG가 없지 않나. 이 영화도 NG가 특별히 없다. 하지만 영화가 아무리 리얼로 보여도 우리가 믿고 있는 영화 내적인 리얼리티가 어긋나는 순간 관객은 이것이 영화임을 인식하게 된다. 극중 인물의 말이 막히는 것과, 대사가 꼬이는 순간 배우의 몰입이 깨져서 인물이 영화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는 건 다른 얘기다. 편집은 그런 어긋난 순간들만을 걷어내는 작업이었다.
-두 배우의 앙상블도 뛰어나다.
=실제 부부 연기자를 섭외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김수현은 선 굵고 강한 역할을 주로 했는데, 진짜 그의 성격은 그렇지 않다. 그런 면을 영화에 담아보면 어떨까 했다. 그도 한동안 독립영화를 한 적이 없어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가 추천한 김주령은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했다. (영화를 찍을 당시) 신혼이어서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배우는 배우였다. 주인공 둘의 감정이 편안해야 했기 때문에 두 배우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함께 먹고 자고 촬영이 없는 날도 같이 보냈다.
-풀벌레 소리, 전철 소음와 같은 일상적인 사운드가 많이 섞였다.
=공간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건 사실 카메라보다도 사운드다. 화면이 소박해도 사운드가 잘 섞이면 화면 바깥의 깊이와 원근감까지 끌어올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 어차피 후시녹음을 할 수 없어서 전부 동시녹음으로 진행했다.
-마지막 대사가 “야 이제 진짜 시작하나보다”다. 부부의 삶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점에서 새로 시작될 것 같다.
=원래 결혼 9년차 부부가 겪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잠 못 드는 밤>은 그 영화의 프리퀄 같은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2부를 만들고 <잠 못 드는 밤>과 이어붙여서 장편으로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차기작은.
=지난해 나라국제영화제에서 인연을 맺은 가와세 나오미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한•일 합작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됐다. 내년 9월에 일본에서 상영할 예정이고 올해 하반기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아직 대본도 안 나온 상태라 더 해줄 말이 없다.
-<잠 못 드는 밤> 이후로 뭔가 달라진 것 같나.
=아이가 생겼다. 아직 백일이 안 지났다. 진정한 ‘잠 못 드는 밤’이 시작된 거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