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2차대전 스파이들의 활약 <바람의 소리>
2013-06-1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바람의 소리>는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에 맞서 활동했던 스파이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때는 일본의 중국 침략이 한창인 1942년, 중국 내의 비밀항일단체는 일본의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암살하며 일본군을 위협한다. 정보가 내부 스파이를 통해 빠져나갔다는 증거를 잡은 일본군 장교 다케다(황효명)는 의심이 가는 부서원들을 모조리 외딴집에 감금한 채 잔인한 심문을 시작한다. 한편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고 스파이 ‘유령’은 엄중한 감시를 뚫고 어떻게든 이 정보를 외부에 알리려 한다.

일단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인다.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원, 그리고 정해진 시간 속에서 한쪽은 스파이를 찾아야 하고 한쪽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가혹한 고문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지만 영화는 마지막까지 스파이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 다양한 인물의 특징과 상황을 설명하느라 본격적인 두뇌 싸움이 비교적 늦게 시작하는 것과 잔인한 고문 방법을 전시하듯 나열하는 점은 아쉽지만 기발한 방식으로 상대를 속이는 순간들은 장르적 매력을 잘 살려낸다.

한편 인상적인 것은 중국의 항일 활동을 다룬 기존의 장르영화들이 주로 중국-일본간의 2자 대결을 그렸다면 <바람의 소리>는 본격적으로 국민당을 끌어들여 기묘한 3자 대결을 그렸다는 점이다. 영화 속 국민당은 일본군의 충실한 부하이자 민족의 배신자로 그려지고, 국민당의 간부는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잔인하게 살해당해도 ‘배신자의 마땅한 죽음’ 정도로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민족’의 이름으로 모든 갈등을 수습하지만, 그럼에도 아물지 않은 역사의 상처를 살짝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