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러시아 북부 우랄산맥을 등반하던 9명의 탐사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의 사망을 평범한 조난 사고로 처리했지만, 시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텐트가 내부에서 찢겨져 나온 사실이 포착되는 등 정황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된다. <디아틀로프>는 이 실제 사건에 대한 추적 과정을 파운드 푸티지 형식으로 담아낸 영화로, 기본 설정은 해당 장르를 각인시킨 <블레어 윗치>와 많이 닮아 있다. 홀리(홀리 고스)는 사건의 경위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과제로 제출하기로 하고 다섯명으로 구성된 등반팀을 꾸린다. 이들은 먼저 사건과 연관된 생존 인물들을 인터뷰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운한 전조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이를 호기롭게 넘겨버린다. 유쾌한 산행 가운데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텐트 주변에 거대한 발자국이 발견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장소에서 눈사태까지 맞게 됨으로써 이들의 공포는 극대화되기에 이른다.
이 무렵부터, 안타깝게도 이야기는 점점 개연성을 잃어간다. <블레어 윗치>의 성공은 세 주인공이 반목과 화해를 반복하는 전 과정에서 생생한 현장감이 노출되고, 이를 찍는 카메라의 존재가 충분히 납득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디아틀로프>는 사건의 추이나 인물이 느끼는 공포감을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서 전달하려 들고, 카메라 역시 현장에 밀착해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SF 요소를 활용한 결말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완결을 꾀하나 그 또한 갑작스러운 반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이하드2> <클리프행어>로 잘 알려진 감독 레니 할린의 귀환은 반갑지만, <크로니클>을 통해 카메라의 공중 활강까지 경험한 지금, <디아틀로프>의 고전적인 접근은 다소 때늦은 것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