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나세르 알리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잃게 된 이후 더이상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자살을 감행한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든 단숨에 죽는 것은 ‘너무 아플 것 같아’ 자기 침대에 누워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영화는 사신(死神)이 그의 목숨을 거둬가기까지 일주일 동안 그가 침대 속에서 반추하는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몽환적이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나세르 알리의 마지막 일주일은 자신의 유년 시절과 엄마의 죽음, 가족 그리고 ‘이란’이라는 첫사랑 여인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그녀와의 사랑과 실연을 통해 음악적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07년 칸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던 <페르세폴리스>처럼 이 영화도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 자신의 그래픽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빈센트 파로노드와 공동 연출로 완성했다. 사트라피 감독은 프랑스의 ‘국민 배우’인 마티외 아말릭을 주연으로 프랑스어로 이 영화를 찍었지만, 공간적 배경을 테헤란으로 설정하고 나세르의 영원한 사랑을 ‘이란’으로 명명함으로써 자신의 혈통적 기원을 작품에 새겨넣었다. 영화의 원제는 그래픽 노블의 제목처럼 ‘자두 치킨’이다.
‘자두 치킨’은 나세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며, 평생 그를 사랑하고도 한번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의 아내가 나세르의 목숨을 구하고자 마지막으로 대접했던 음식이다. 나세르는 사랑 때문에 예술가가 되었지만 다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 평생 단 한번뿐인 운명적 사랑의 허황함을 아는 이들에게 이 예술가가 선택한 자살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치기어린 투정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