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금세 죽고 못 사는 사이로 돌아오곤 하는 소피(장은숙)와 조나단(남도형) 남매는 방학을 맞아 숲속에 있는 할아버지(온영삼) 집에 놀러간다. “어디서든 놀아도 좋지만 깊은 숲으로 통하는 문은 나서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경고에 따라 남매는 마당에서만 놀기로 한다. 졸졸 따라다니는 소피가 귀찮은 조나단은 소피가 숲으로 통하는 문 밖에 있음을 알면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소피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소피를 찾아 깊은 숲으로 따라들어간 조나단은 괴이한 동물들과 만나게 된다. 숲을 등에 이고 다니는 거대한 곰 토토를 본 조나단은 놀라 도망치던 중 사냥꾼(시영준)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사냥꾼은 토토를 잡기 위해 벼르고, 조나단은 사냥꾼에 맞서 토토를 지키려 한다. 과연 조나단은 소피와 토토를 구해내 할아버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또 한편의 따뜻한 유럽 애니메이션이 도착했다. 자연친화적이고 착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느리거나 지루하지 않다. 사냥꾼의 총구를 피해 달아날 때, 토토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스릴과 긴장이 넘쳐 초조하기까지 하다. 자연스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혹은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가 떠오르는 ‘문 뒤의 또 다른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흔하고 보편적인 서사 구조지만 만날 때마다 설레고 사랑스럽다. 어른들은 닿을 수 없는 순수의 세계를 슬쩍 구경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터다. 야트막한 담장 뒤편이 난리통인데도 할아버지는 소란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고집스런 사냥꾼은 동물들과 소통하지 못한 채 고립된다. 75분간의 짧은 모험을 마친 관객이라면 이제 방문을 열 때마다 은근한 기대를 품게 될지도 모르겠다. 국내에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된 바 있으며 에스벤 토프트 야콥슨 감독은 이 작품으로 지난 제38회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4Families청년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