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과 로봇의 관계 <로봇G>
2013-06-28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과거 연금술 같은 것으로 인간을 만들어내려 했다면 현대 과학은 기계장치와 전기를 응용해 로봇을 만들고 있다. 스스로 진화해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갖춘 로봇이 반란을 꾀하는 이야기도 자주 보았고, 인간과 진정한 사랑을 원하는 애달픈 로봇의 사연도 많이 접했다. 로봇을 소재로 한 <로봇G>도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룬다. 하지만 여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로봇영화들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 차이는 기술이나 제작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언젠가는 SF영화에 등장하는 인간과 구별하기조차 어려운 로봇도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현재는 인간과 로봇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코믹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이 영화에는 로봇으로 세상을 정복하거나 거대 이윤을 창출하려는 원대한 목표 자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로봇을 인간의 피조물로 통제하려는 음모도 없는 게 당연하다.

기무라 전기회사는 홍보용 로봇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기로 하고 제작팀을 꾸린다. 하지만 제작팀으로 발탁된 셋은 로봇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해왔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하다. 에어컨 수리, 세탁기 영업을 하던 두명과 나머지 한명은 얼떨결에 차출된 인물이다. 자립형 로봇 ‘뉴시오카레’라는 공식 명칭까지 발표하고 나니 물러설 곳도 없어진 제작팀은 극단의 묘약을 찾아낸다. 그것은 바로 외관만 완성된 로봇 안에 진짜 사람을 넣어 작동시키는 것이다. 은퇴 뒤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스즈키(이가라시 신지로)는 호기심에 응모했다가 체격 조건이 딱 맞아 적임자로 낙점된다. 홍보 행사는 무사히 마쳤는데 마침 위급한 상황에 처한 여대생을 우연히 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로봇은 일약 국민적인 영웅으로 부상되고 여기저기서 로봇을 초청하는 행사가 밀려든다. 이쯤 되니 기계부품으로 만들어진 로봇의 외관 속에서 연기를 하는 스즈키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쇳덩어리를 내동댕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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