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꿈 많은 소녀의 성장통 <홀리>
2013-07-01
글 : 이기준

어릴 적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천애고아로 자라난 홀리(신이). 그녀는 기지촌의 클럽에서 춤을 추는 일로 돈을 벌면서 고등학생 딸 완이(민아)를 억척스럽게 키워낸 미혼모다. 댄서로 일하며 온갖 괄시와 천대를 받는 그녀는 하나뿐인 딸만큼은 번듯하게 키우려는 소망으로 하루하루 고된 생활을 이겨나간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이는 법, 완이는 홀리처럼 춤에 재능과 흥미를 보이며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게다가 때마침 찾아온 홀리의 고아원 시절 친구이자 성공한 발레리나인 수진(정애연)이 완이의 재능을 알아보자, 모녀 관계는 갈등에 빠진다. 홀리는 수진이 부유한 외국인 부부에게 먼저 입양되기 위해 자신을 속였다고 기억하고 있기에 더더욱 딸을 내주려 하지 않고, 세 여자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진다.

<홀리>는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해온 박병환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모녀의 갈등과 화해, 꿈 많은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미와 따뜻한 감성을 지향한다. 하지만 영화는 개별적인 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몰두한 나머지 전체적인 흐름을 놓친 듯한 인상이다. 감성적인 배경음악이 두드러지는 장면들, 예컨대 완이의 발레 교습이나 홀리의 회상 장면 등에서 이야기는 종종 오랫동안 멈춰 서버린다. 때문에 드라마에 수반되는 감정이 매끄럽게 쌓여가지 않고,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느낌을 준다. 그나마 후반부에 서서히 부각되는 홀리와 수진의 관계가 제법 찡한 울림을 선사하지만, 발화 지점이 늦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홀리>로 영화에 첫 출연한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민아는 몇몇 장면에서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를 보여주지만, 아직은 단독 숏을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코믹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가볍고 껄렁한 신이의 연기 톤은 극의 몰입을 방해할뿐더러 인물의 성격 구축에도 실패한다. 조/단역들의 캐스팅과 연기 지도도 군데군데 섬세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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