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는 미국 자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던가.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백악관을 종종 그 디즈니랜드와 다를 바 없는 테마파크로 둔갑시켜온 롤랜드 에머리히의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다. 오바마의 백악관보다 스릴 넘치는 이 테마파크의 안내자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의 대를 이으려는 듯 흰 소매 셔츠 차림으로 동분서주하는 사내 존 케일(채닝 테이텀)이다. 그에겐 미국의 대통령 제임스 소이어(제이미 폭스)를 여느 슈퍼히어로보다 동경하는 딸이 있다. 그는 딸의 마음을 얻고자 대통령 경호원 면접에도 응시하지만 고배를 마시고 대신 딸과 백악관 투어에 나서는데, 공교롭게도 마침 쳐들어온 테러 집단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대통령을 구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이하드> 같은 액션영화를 가족영화로 확장시킨 듯한 이 영화의 강세는 의외로 액션보다 코미디에 찍힌다. 캐릭터, 대사, 소품, 상황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만든 자잘한 유머들은 각종 액션 무기만큼이나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그 유머를 액션 사이에 적절히 배합해 넣기에 채닝 테이텀과 제이미 폭스만큼 유능한 배우들도 흔치 않을 것이다. 과묵한 브루스 윌리스에 비하면 채닝 테이텀은 훨씬 사근사근한 하드보디다. 약간만 더 리듬을 실으면 래퍼가 되기 일보 직전인 제이미 폭스의 아슬아슬한 연기까지도 일종의 캠프(camp)로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다. 다만 전체적인 시점에서 그 웃음의 양과 질이 액션의 호흡을 이어가는 데 득인지 실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간혹 그 웃음의 이완효과는 백악관이란 상징적 장소를 초토화하기 위해 쏟아부은 제작비의 화력 약화로까지 이어진다. 한편 정작 이 영화의 기둥 구실을 해야 했을 액션과 드라마는 홀대받은 느낌이다. <인디펜던스 데이>부터 <2012>에 이르기까지 ‘재난영화’를 하나의 서브 장르로 대중에 각인시켰던 롤랜드 에머리히는, 여전히 큰 그림을 두루뭉술하게 그려내는 능력에 비해 액션의 강약을 디테일하게 밀고 당기는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거기다 미국의 현 정치 태세를 드라마의 얼개로 이용하는 데 있어서는 훨씬 둔감하다. 이 영화가 일차원적 수준에서 오바마가 링컨의 신화를 벤치마킹하는 방식을 끌고 들어올 때, <아이언맨>보다 낡은 방식으로 정치와 방위산업경제의 유착관계를 해설할 때, 관객은 최선을 다해 유머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악의 축을 해체해가는 과정에서도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오래된 반전 공식의 복습이 요구된다. 말하자면 이것은 액션영화를 엔터테인먼트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을 시종일관 무안에 빠트릴, 예상치 못한 익살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