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마을.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대가족 집안에서 자란 하잘(합시아 헤지)은 자유로운 삶을 동경한다. 하잘은 영국인 남자친구 매튜(톰 페인)와 교제 중임을 들키는 바람에 동네에서 창녀 취급을 당하고, 큰오빠 마즈드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는다. 하잘이 가족과 남자친구, 전통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안 각각의 식구들에게도 힘든 순간이 연거푸 찾아온다. 마즈드의 부인 사미라는 보수적인 아랍권 가정의 규율을 철저하게 따르느라 딸들과 갈등을 빚는다.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으나 임신이 안돼 고통받는 여인도, 남편에게 폭행당하면서도 아무런 저항을 못하는 여인도 있다.
사미라를 연기한 히암 압바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과 톰 매카시 감독의 <비지터>로 눈에 익은 배우다. 몇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력이 있으며, <인헤리턴스>는 그녀가 연출한 첫 장편영화다. 아랍문화권 가정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핍박을 전하려 했던 의도는 잘 알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 각자의 사연을 전하기에 급급해 영화 자체가 지루해진 감이 있다. 주인공이 가족 모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영화는 식구들의 사정을 집요하게 일러주지만 영상 족보인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제시하는 이미지와 정교하게 들어맞진 않는다. 완성도 면에서는 미흡하다. 하나 우연하게도 그 괴리가 되레 불길한 기운을 전달하는 것처럼 비치는 장면도 있다. 특히 결혼식 도중 발생한 폭격에 하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신이 그렇다. 엔딩 무렵, 합시아 헤지가 보여주는 표정은 이들 가족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들의 알 길 없는 미래를 암시하는 듯 무력해 보인다. 나고 자란 팔레스타인 마을을 배경으로 의미있는 주제를 택해 성실하게 작업했지만 히암 압바스 감독의 데뷔작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