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안의 복잡한 가계도를 설명하려니 좀 난감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전부 <빅 웨딩>의 주인공들이니 피할 순 없다. 미시(아만다 시프리드)와 알레한드로(벤 반스)가 결혼을 약속하자 결혼식을 위해 가족이 하나둘 모여든다. 그런데 구성원이 좀 특이하다. 알레한드로의 아버지(로버트 드 니로)가 핵심이다. 그는 10여년 전에 아내(다이앤 키튼)와 이혼했고 지금은 오래된 연인(수잔 서랜던)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헤어진 아내 사이에는 자녀 셋을 두고 있다. 알레한드로가 그중 하나다. 그래서 이혼한 아내도 결혼식에 온다. 그런데 알레한드로는 사실 입양한 자식이다. 그래서 알레한드로는 자기를 낳아준 친어머니도 함께 부른다.
그렇게 해서 알레한드로는 세 어머니, 그러니까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 키워준 어머니, 지금의 어머니와 같이 식장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빅 웨딩>은 이 가족들 사이의 한바탕 소란을 다룬다.
배우들의 이름을 보고 나면 은근한 기대감이 생긴다. 로버트 드 니로, 다이앤 키튼, 수잔 서랜던, 아만다 시프리드, 약방에 감초처럼 잠깐 나왔다 퇴장하는 로빈 윌리엄스까지 왕년의 스타에서 젊은 여신까지 기대할 만한 출연진이다. 각자의 역할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예컨대 로버트 드 니로는 여전히 쾌활하고도 사악한 이중적 이미지로 어떤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거의 느껴지질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배우들 사이의 그 조화만 잘 추슬러도 뛰어나진 않아도 지루하진 않은 영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감독은 자기가 각본을 쓴 실력없는 이야기에만 너무 기대고 있다. <빅 웨딩>은 복잡하고 흥미로운 가계도를 갖추고는 있는데, 들여다보니 많이 싱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