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예술은 삶의 반영 <인 더 하우스>
2013-07-03
글 : 김효선 (영화평론가)

작문 과제를 채점하던 문학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은 학생들의 성의없는 글뭉치들 속에서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가 제출한 독특한 글을 발견한다. 클로드의 글에는 그가 친구 라파(바스티앙 우게토)의 집에 드나들며 라파의 어머니 에스더(에마뉘엘 자이그너)에게 연정을 품게 된 경위가 세세하게 적혀 있다. 한때 작가가 되기를 꿈꿨던 제르망은 이 비밀스러운 기록 속에서 클로드의 문학적 재능을 직감하고는 작문 개인지도를 자청한다. 클로드는 스승의 가르침과 호기심을 적절히 이용해 다음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 그리고 그 글의 재료가 되는 실제 경험에 개입하며 제자의 도발을 부추긴다.

선생과 제자, 그리고 더 나아가 관객이 함께 서사 게임을 벌이는 영화 <인 더 하우스>는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쓴 희곡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을 원작으로 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장소 구분 없이 연속된 대사로만 이루어진 원작을 직접 각색해, 공간을 분리하고 일부 설정을 재창조함으로써 영화에 리얼리티를 더할 수 있었다. <인 더 하우스>에는 제르망이 클로드의 경험에 직접 등장해 글쓰기의 향방을 조절하고, 역으로 클로드의 글이 제르망과 그의 아내 쟝(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현실에 침투해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시각화된다. 이때 들어가고 나오는 문으로 철저히 나뉘던 현실과 픽션은 연극적 요소를 관통하며 결합하고 분기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과연 픽션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마저 흐리게 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예술은 삶의 반영이라는 일방향적인 도식 역시 재편되기에 이른다.

이 역동적인 과정에 비해 엔딩이 다소 급작스럽게 처리된 감은 있지만, 그 점이 한편의 메타서사 스릴러로서 <인 더 하우스>의 재미와 완결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끝없이 분화하고 있는 서사줄기를 감싼 온갖 발칙한 욕망의 바탕에는 사회 계층의 간극에 대한 고찰 또한 담겨 있고, 바로 이 때문에 영화의 풍자적 소동은 종종 단순한 웃음을 넘어 현실에 대한 묵직한 진단에까지 이르게 된다. 오종의 재기발랄한 초기작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의 재능이 한결 우아하게 다듬어진 이 지적인 신작으로부터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토론토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감정의 낙차를 무표정으로 설득해낸 파브리스 루치니를 비롯해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특히 신예 에른스트 움하우어는 쉬이 상처받으면서도 상처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가지지 못한 것을 염원하고 그 욕망을 서투르게 표현하는 열여섯살 소년을 잘 연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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