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냉전시대 소련에서의 실종사건 <팬텀: 라스트 커맨더>
2013-07-03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두달 반 만에 바다에서 돌아온 소련 최고의 함장 드미트리(에드 해리스)는 이제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상관은 미국이 태평양에 해군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지막 출항을 명한다. 그가 탈 잠수함은 자신의 배가 아닌 자신의 첫 항해선이었던 낡을 대로 낡은 B67, 그리고 그에게 떨어진 마지막 명령은 팬텀이라는 기밀병기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 특별 프로젝트를 위해 브루니(데이비드 듀코브니) 일행이 그와 함께 탄다. 짧은 출항 준비 기간으로 인해 드미트리의 부하가 아닌 대체요원들이 탑승하게 된다. 출항하는 날, 드미트리에게 명령을 내렸던 상관은 권총 자살한다. 드미트리는 대체요원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브루니 일행이 KGB 급진파 특수대원들임을 예감한다. 브루니는 비밀병기를 시험해야 한다며 모두의 목숨을 거는 명령을 내리고 드미트리와의 갈등은 점점 커져간다.

영화는 냉전시대인 1968년 5월 소련의 탄도미사일잠수함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잠수함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이 대부분의 사건이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지만 전개는 느리지 않고 긴장감도 적절하게 유발된다. 그 속에서 영화가 중심을 맞추는 곳은 인생의 마지막 항해를 하는 늙은 함장 드미트리이다. 그는 명성에 걸맞은 숙련된 노련함과 직업적 감각을 보여주지만 길고 고단한 삶만큼 트라우마가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술과 약에 의존한다. 영화는 그의 개인적 문제나 심리에 중점을 맞춰서 설명하기보다는 그가 평생을 살아왔던 그 공간에서의 자리와 역할을 통해 그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 제목이 보여주듯이 그는 평생을 폐쇄된 공간에서 생각하지 않고 명령만 받으며 유령처럼 살아왔다. 드미트리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 결국 그의 이름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세월을 심어놓은 듯한 에드 해리스의 얼굴이 유령처럼 살아온 드미트리의 삶을 다 끌어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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