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무협영화의 틀에 비디오 게임 형식까지 <타이치 0 3D>
2013-07-03
글 : 정예찬 (객원기자)

양로선(원효초)은 수십년의 수련을 거쳐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경지인 ‘삼화취정’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그 힘은 도리어 로선의 생명을 위협한다. 진가권을 연마하여 경락의 흐름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진가권의 전수자 진옥량(안젤라 베이비)은 “외부인에게 전수 금지”라는 철통같은 규율로 로선을 내쫓는다. 한편 옥량의 정혼자인 방자경(펑위옌)은 영국 유학 뒤 진가구로 돌아와 비밀병기 ‘트로이’를 앞세워 철도를 건설하려 한다. 진가구 사람들은 서방의 침략과 조정의 압박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은둔자 노장공(양가휘)은 로선에게 트로이를 물리치는 공을 세우면 진가권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조언한다.

<타이치 0 3D>는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31개국으로 판권이 수출되었고,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바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이 영화는 과할 정도로 풍성하다. 주인공 원효초와 더불어 무술에 정통한 배우들이 나와 솜씨를 자랑한다. 여기에 중화권의 떠오르는 청춘스타 안젤라 베이비와 펑위옌, 로선의 부모로 출연한 <무간도>의 감독 유위강과 서기 등 화려한 캐스팅이 더해져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의도적인 유치함이나 쓸데없는 진지함은 이야기를 유쾌하게 끌고가는 원동력이며 특히 만화처럼 자막을 하나의 이미지로 활용한다는 점은 이 영화만의 색다른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무협영화의 틀에 비디오 게임 형식까지 많은 장르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어 자칫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도 있다. 3부작으로 제작된 <타이치>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라는 강박 때문인지 수많은 복선에 비해 설명이 부족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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