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세련된 호흡을 갖춘 스릴러 <사이드 이펙트>
2013-07-1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에밀리(루니 마라)는 감옥에서 나오는 남편 마틴(채닝 테이텀)과 반가운 마음으로 재회한다. 사업하던 남편은 부당 내부거래 등의 죄목으로 감옥에 갔었고 그사이에 홀로 남았던 에밀리는 우울증으로 힘겨웠다. 남편의 복귀 이후에도 상황이 쉽게 좋아지지 않자 에밀리는 인근 정신과 의사 뱅크스(주드 로)를 찾아가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큰 사건이 발생한다. 에밀리가 남편 마틴을 살해한 것이다. 그녀는 꿈을 꾸는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인데, 그런 치명적인 몽유병의 상태가 바로 뱅크스가 에밀리에게 처방해준 약의 부작용 중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살은 뱅크스쪽으로 옮겨간다. 뱅크스의 의료 과실에 온 초점이 맞춰지고 그는 경제적, 도덕적으로 파산 직전에 이른다. 하지만 뱅크스는 이 사건이 무언가 수상하다고 생각한다. 에밀리와 그녀의 예전 정신과 주치의 시버트(캐서린 제타존스)의 관계를 수상하게 여긴 그는 홀로 이 사건을 탐문한다.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주드 로, 캐서린 제타 존스가 각각 연기하는 네 인물에 대한 방점이 일단 이 영화의 핵이다. 흥미로운 건 과감하게도 그중 하나인 채닝 테이텀을 일찌감치 지운다는 데 있다. 처음에 이 영화는 에밀리와 남편 마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내 마틴이 죽어버리자 그가 서사의 허수였다는 사실을 우린 갑자기 알게 된다. 그의 죽음과 함께 혹은 에밀리의 살인과 함께 서사적 국면도 중요 인물의 지도도 갑자기 모두 바뀌게 된다. 영화는, 에밀리와 남편의 갈등에서 에밀리와 정신과 의사 뱅크스의 갈등으로 치달으며 동시에 감정적인 생동감 역시 에밀리의 우울함에서 뱅크스의 위태로움쪽으로 넘어가게 된다.

사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자칫 잘못하면 흉하고 유치해 보이기 십상이다. 이야기의 항로를 전격적으로 몇 차례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여러 가지 위험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이드 이펙트>는 흐트러지거나 무너지지 않으면서 유능하게 그 항로의 변경을 시도한다. 우리가 반전이라고 부르는 이야기들이 그때 등장한다. <본 얼티메이텀>에 참여하였으며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 중 <컨테이젼> <인포먼트> 등의 각본을 쓴 바 있는 각본가 스콧 Z. 번즈의 이야기 구성 역량이 일단 탁월했던 것 같다. 그다음은 물론 감독, 촬영, 편집을 도맡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역량일 것이다. 그의 최대의 한계이자 최고의 재주란, 어떤 장르를 만들어도 그 장르가 이를 수 있는 상위의 상태까지 이르되 그 이상의 창조적 과격함은 바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놀랄 만큼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 해도 모나지 않고 세련된 호흡을 갖춘 스릴러 장르의 쾌활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영화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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