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다큐멘터리가 진화하고 있다. <차마고도> <누들로드>에 이어 이젠 바다로 눈을 돌렸다. KBS 글로벌 대기획 <슈퍼피쉬> 5부작을 재구성한 극장판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은 10만년에 이르는 인간과 물고기의 생존 투쟁사를 다룬다. 지중해에서는 참치떼를 ‘죽음의 방’에 가둬 푸른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살육의 축제, ‘마탄자’를 벌인다. 라오스의 어부는 가족에게 먹일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콘파펭 폭포에 맨몸을 내맡기며, 아프리카 말리에선 1년에 단 하루, 4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오직 15분간 허락된 민물 메기와의 전투를 치른다. 그 밖에 인류가 물고기를 보관하기 위해 고안해낸 각종 보관 방법까지도 아우른다.
보다 정확히 말할 필요가 있겠다. TV다큐멘터리의 진화는 단지 지켜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극적 장치들을 끌어와 마음껏 활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에 빈번하게 사용된 슬로모션과 부감 숏은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서사의 리듬을 쥐락펴락하며 영화적 긴장을 선사한다. 세차게 퍼덕이는 물고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들의 근육, 정확하고 치밀하게 먹이를 잡아채는 새 등을 느린 화면으로 볼 때, 객석에서는 기이한 전율마저 느껴진다. 생명의 파동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음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특히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가 공중부양하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타임슬라이스 기법을 활용한 어떤 장면이 그렇다. 음악은 이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보이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체코 국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가 이 ‘대본 없는 영화’에 서사를 부여한다. 다만 3D로 제작한 것에는 의문을 갖게 된다. 전혀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3D 효과는 오히려 시각적 피로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잔인한 도륙의 현장을, 피칠갑된 생선의 사체를 굳이 3D로 보고 싶은 관객은 많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