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7월6일 오후 오사카역 앞은 아베 총리의 자민당 지원 유세로 시끌벅적했다. 같은 시간대, 오사카역 근처에 위치한 L 오사카에서는 재일동포 간첩사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남영동1985> 특별 상영회가 열렸다. 재일동포 간첩사건은 박정희 정권 때 재일동포 유학생 160여명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 보안사에 끌고 가 고문을 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였던 김정사(58)씨는 재일한국인 양심수의 재심 무죄와 원상 회복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재심 소송을 냈고, 지난 5월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는 그와 유성삼(59)씨에게 36년만의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지금도 많은 재일동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재심 소송에서 승소를 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보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김정사씨는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재일동포와 일본사회에 이 사건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지영 감독님과 배우 이경영씨도 꼭 모시고 싶었다”고 이번 특별 상영회를 기획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그의 바람대로 당시 사건의 피해자와 재일동포 300여명이 <남영동1985>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 상영이 끝난 뒤 정지영 감독과 배우 이경영이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 관객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지만 이런 영화를 통해서 그런 과거를 맞닥뜨려야 앞으로 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감상평을 내놓았다. 그 말을 들은 정지영 감독은 “<하얀전쟁>의 일본 상영 때 한 일본 청년이 내게 그랬다. 당신의 영화를 보니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반성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베트남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 맞다. 잘못한 건 바로 사과해야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이경영은 “영화가 당시 피해자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영동1985>의 일본 특별 상영전은 다음날 도쿄 상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