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즉각적인 움직임을 잡아라
2013-07-16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감시자들> 촬영부 김용성

Filmography

<감시자들>(2013), <뜨거운 안녕>(2013), <미쓰GO>(2012),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2), <신세계>(2012), <평양성>(2011),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부당거래>(2010), <박쥐>(2009), <다세포 소녀>(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뚝방전설>(2006)

시선이 곧 동선이 되어야 했기에 <감시자들>은 촬영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카메라는 감시반원들의 눈이 되어 집요하게 타깃을 쫓고, 인물들 사이의 기싸움까지 담아낸다. 아마도 촬영에 있어 일등 공신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테디캠 전문가인 여경보 촬영감독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여경보 촬영감독에게 있어 일등 공신은? 촬영부 퍼스트를 담당한 김용성씨다. “여경보 촬영감독님이 촬영 외적인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내 업무의 최우선 사항”이라는 김용성씨의 말엔 첫 번째 어시스턴트로서의 자부심과 뿌듯함이 단단히 들어차 있다. 김용성씨는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동문인 정정훈 촬영감독의 조수로 촬영부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촬영감독으로 입봉한 주성림, 유억과는 정정훈 촬영감독 아래서 동고동락한 선후배 사이다. 주성림 촬영감독과는 <뜨거운 안녕>을, 유억 촬영감독과는 <부당거래>부터 <신세계>까지 쭉 같이 일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랄까? 같이 일하면 마음이 편하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나쁜 점도 있다. 힘들 때 정말 여과없이 짜증을 부린다. (웃음)”

<감시자들>은 국내 최초로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을 알렉사 M의 보디로만 촬영했다. 알렉사 M은 촬영용 카메라 보디를 저장용 메모리와 따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로, 가볍고 작아서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촬영하기에 알맞았다. 감시반원들의 시점으로 인물의 뒤를 쫓기에도, 타격거리가 짧은 <감시자들>의 액션을 담기에도 적격이었다. 스테디캠을 활용해 즉흥적인 동선으로 촬영된 부분도 많았다. 카메라가 인물을 계속 따라다녀야 하는데 트랙을 깔기엔 기동성도 떨어지고, 시간과 거리를 계산하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동선을 만들며 촬영하는 건 까다롭고 힘든 일이었다. “스테디캠으로 촬영하다 보니 종종 초점을 놓치는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즉각적인 움직임을 잡아챘을 때 더 좋은 장면을 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잘 빠진 컷 하나만으로도 모든 수고를 잊을 수 있었”단다. 촬영부 출신인 두 감독 덕인지, “새롭고 낯설게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스타일의 촬영을 시도한” 덕인지, <감시자들>엔 유독 명장면이 많다. 테헤란로의 긴박한 카체이싱 장면, 제임스(정우성)와 황 반장(설경구)의 추격전 장면,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 신을 연상시키는 후반부의 골목 액션 장면 등은 특히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긴장감있는 짜임새를 구현하기 위해 원 테이크 촬영”을 거듭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컷을 담고, 배우들의 감정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단다. “촬영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한 장면, 한 장면을 공들여 찍었다면 지금은 최소한의 시간 안에 최대한을 끌어내기 위해 한번에 길게 촬영하고 편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촬영부 출신 선배들을 보며 김용성 촬영기사는 어떤 앞날을 그리고 있을까. 일단은 연출자로 데뷔한 조의석, 김병서 감독보다 주성림, 유억 촬영감독이 그의 미래에 더 가깝겠다고, 그는 말했다. “아직 난 촬영에 몰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시로 변하는 촬영 트렌드에 맞춰 과거의 스타일과 현재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차기작? 정정훈 촬영감독님이 미국으로 ‘도망’가셨기 때문에 당장은 실업자 신세다. 지면에 한마디 해도 되나? 빨리 돌아오세요, 정정훈 감독님. 조수들이 놀고 있잖아요. (웃음)”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pCAM

촬영 전 카메라의 심도와 촬영거리에 따른 대상의 사이즈 등을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어플이다. 사용하던 아이폰이 고장나 요즘은 안드로이드에도 배포된 Artemis Dorector’s Viewfinder라는 어플을 애용한단다. 촬영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다운로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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