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 <미스터 고>
2013-07-17
글 : 김보연 (객원기자)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서커스단을 이끌어나가는 15살 소녀 웨이웨이(서교)에게는 45살의 고릴라 친구 링링이 있다. 야구를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웨이웨이와 링링에게 야구를 가르쳤고, 그 소식을 들은 한국의 스포츠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는 링링을 스카우트한다. 모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링링은 홈런타자로 등극하며 순식간에 인기스타로 자리잡지만 그 순간 웨이웨이에게 받을 돈이 있던 사채업자들의 노골적인 협박이 시작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링링의 무릎 부상이 도지고, 사채업자들은 웨이웨이를 미워하는 난폭한 고릴라 레이팅을 투수로 훈련시켜 한국으로 데려온다.

김용화 감독의 특기는 어떤 커다란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을 역동적으로 포착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웃음과 눈물을 능숙하게 배합하는 것이다. <미스터 고>에서도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여지없이 발휘하는데, 이 재미를 마음 편하게 즐기려면 먼저 몇 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고릴라 링링을 괴롭히며 감동을 만드는 영화의 방식이다. 극중 대사에 나오듯 “사람 나이로 환갑”인 링링은 애초에 야구보다 웨이웨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돈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은 그저 링링이 공을 하나라도 더 치기만 바란다. 결국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건 외로운 링링이다. 물론 링링이 어려움을 겪을수록 극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감동 수치도 더 올라가겠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편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링링이 타석에 들어서면 신이 나야 할 텐데 걱정스런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다. 착하고 귀여운 링링이 고생하는 걸 보면서도 영화가 의도한 대로 웃고 울고 놀라고 분노해야 한다는 것, 이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