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사랑을 파괴하는 것일까?” 세월의 흐름 속에 모든 것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질문이 저절로 떠오른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본질에 대해 파고드는 <까밀 리와인드>는 연륜이 느껴지는 영화다.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은 변하지 않지만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결론 같다. 까밀(노에미 르보브스키)이라는 여주인공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되짚어본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마흔살의 까밀이 현재 모습 그대로 과거로 가는 것이다. 까밀과 달리 과거의 모습인 부모님과 친구들은 미래에서 온 까밀의 비밀을 알지 못하고 그녀를 16살 소녀처럼 대한다. 배우를 바꾸지 않고 과거로 간다는 매력적인 설정은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만일 우리가 경험한 세계로 돌아가면 인생의 과오를 피할 수 있을까? 이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영화는 아주 섬세하고 신중하게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명배우 까밀의 현실은 암담하다. 배우로서 전망도 자부심도 잃어버린 그녀는 술에 의존하여 살고 있고 설상가상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다. 딸마저 멀리 떠나가 버리자 까밀은 혼자 남는다. 친구 집에서 열린 신년파티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까밀은 병원에서 깨어난다. 중년의 외모와 인생 경험까지 자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고등학생 까밀로 대한다. 1985년으로 돌아간 것이다. 처음에 어리둥절하던 까밀은 곧 시간여행을 즐기게 된다. 어려서는 심각했던 문제들이 사소하고 귀엽게 보이고 관심이 없던 대상들에게 흥미를 느끼는 자신에게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첫사랑이자 남편이었던 에릭과의 재회는 그녀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결말을 알기에 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에릭은 종잡을 수 없는 까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결국 화를 낸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현명함”이라는 대사는 영화의 핵심이다. 이것은 변화를 인정하거나 실천하기 위한 지침이다. 까밀처럼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훨씬 성숙한 태도로 당면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여행이라는 방법은 초현실적이나 영화가 보여주는 내용은 현실적이다. 시간여행은 사랑만이 변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변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상상력은 발랄함만이 아니라 통찰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노에미 르보브스키 감독이 직접 까밀 역할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