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부서지는 삶 속에서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브로큰>
2013-07-17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영국 어느 마을의 평범한 오후, 11살의 스컹크(엘로이스 로렌스)는 세차를 하고 있던 이웃집 릭과 담소를 나누고 집으로 향한다. 그때 옆집 아저씨 밥이 달려와서 릭을 무작정 폭행한다. 스컹크는 창문을 통해 피해자인 릭이 오히려 경찰에 잡혀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영화는 릭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밥의 딸이 거짓말을 하자 성질을 참지 못한 밥이 릭을 폭행한 것임을 보여준다. 릭은 풀려나지만 그 후유증으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결국 그의 부모는 그를 정신병원에 넣는다. 변호사인 아치(팀 로스)는 부인이 회계사와 눈이 맞아서 도망간 뒤 보모 카샤를 고용해 스컹크 남매의 양육을 맡긴다. 카샤는 30대 중반이지만 애인 마이크(킬리언 머피)와의 결혼은 쉽지 않다. 스컹크의 오빠는 카샤의 담배를 훔쳐서 피우고 남매는 폐차장에서 자주 논다.

영화에는 불손가정, 학교폭력, 결혼과 사랑, 10대들의 비행 등 현재 영국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나온다. 영화는 그 수많은 문제들을 이웃사촌인 세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 담아낸다. 하지만 영화는 그 문제들에 대해서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그냥 일상을 통해 가볍게 터치하듯이 담백하고 깔끔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경쾌하다. 영화에는 차를 폐차시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과 인물들의 일상을 같이 보여준다. 부서진 차, 부서진 가정, 부서진 관계, 부서진 사회 속에서 폐차장은 아이들의 은신처다. 스컹크의 오빠는 폐차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스컹크는 차의 창문을 깨면서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기계가 차를 부수는 장면도 보여준다. 이후 아이들은 폐차 안에서 키스도 하고 섹스도 한다. 폐차 안에서 스컹크가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은 영화가 말하려는 것을 요약한다. 부서지는 삶 속에서 우리는 힘들게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적응하며 나름의 즐거움과 기쁨을 찾는다. 영화는 그러한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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