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길이에 맞춰 방문객의 다리를 잘라버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잔인한 침대는 언제쯤 치워질 것인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가 다시 한번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6월 초 처음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뒤 문제가 된 장면 12컷, 50초가량을 삭제하여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지난 7월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두 번째 심의 결과 <뫼비우스>는 여전히 국내 관객을 만날 자격을 얻지 못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50초가량의 장면을 추가로 삭제하여 세 번째 심의 신청을 넣음으로써 영화 개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만약 이번 심의를 통과하여 개봉이 가능해진다면 국내 관객은 전체 2분가량이 줄어든 영상으로 <뫼비우스>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영화를 자발적으로 삭제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것은 실질적인 사전검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를 왜곡함으로써 온전한 영화를 만나야 할 관객의 정당한 권리마저 훼손하는 것”이라 평했다.
한편 김기덕 필름은 직계 성관계로 볼 장면이 없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반복되자 기자, 평론가, 문화부 관계자들을 모아 제한상영가에 대한 찬반 시사회를 가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기덕 필름의 김순모 PD는 “전문가 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시사도 가질 예정이며, 현재 영등위에도 고지한 상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에서 관객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들을 것”이라 말했다. 찬반 시사 현장투표 결과 30% 이상이 반대하면 재심의 결과에 상관없이 개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기덕 감독의 입장이다. 김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밤새 살을 자르듯 필름을 잘라” 재심의를 요청하는 동시에 심의 결과와 기준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적인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부대표 정윤철 감독은 “이번 결과는 영화계 전체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세 번째 심의 결과에 관계없이 조정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영등위 위원장 퇴진 운동을 펼칠 것”이라며 강경입장을 밝혔다. 사전검열의 망령이 언제까지 우리를 괴롭힐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