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대표하는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에 대한 자국 정부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다.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재집권 이후 살해 위협을 피해 망명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그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영화제를 방문한 것이 빌미가 됐다. 7월4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올해 예루살렘영화제는 마흐말바프 감독을 위한 특별전을 마련하고 신작 <정원사>를 비롯해 그의 영화 4편을 상영했다. 마흐말바프도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들여 이스라엘 관객을 만났다.
이 사실을 접한 이란 지도부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가 이스라엘에 대한 BSD(보이콧, 투자 철회, 경제 제재) 운동을 무시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 6월14일 이란 대선에서 온건 개혁파 하산 로하니가 당선된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쪽에서도 이란에 무력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갈등 속에서 마흐말바프가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조국”의 안위를 무시한 행위라는 것이 이란 정부의 판단이다. 영화기구장 자바드 샤막다리는 “이란영화박물관에서 마흐말바프의 기억을 씻어내야 한다”며 박물관에서 그의 섹션을 없애버리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반면 마흐말바프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이스라엘에 이란 예술의 “평화대사”로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갔”고 “굉장한 환대”를 받았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나아가 스스로를 “영화의 시민”이라 칭했다. “영화에는 국경이 없다. 실제로 내가 이번에 이스라엘을 방문하기 전에 이미 수년 전에 내 영화들이 이스라엘을 먼저 방문했다.” 더불어 예술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정치적 견해로 왜곡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내가 이란에서 만든 영화를 보러 당신이 이란에 오면 당신이 이란의 독재정치에 찬성하며 정치범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만약 당신이 미국을 방문하면 당신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공격에 찬성한다는 뜻인가?” 그가 푸틴의 시리아 정부 지원에 반대하면서도 지난주에 모스코바영화제에 심사위원장으로 방문한 이유 역시 같은 논리다. 하지만 그의 영화라는 나라로의 망명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전히 어둠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