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나의 삶은 제대로 잘 살아온 것인가? <마지막 4중주>
2013-07-24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결성된 지 25주년이 된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 ‘푸가’, 푸가는 다른 세 멤버들을 가르쳤던 교수이자 그들을 이끌고 가는 리더 격인 첼리스트 피터(크리스토퍼 워컨)와 처음 팀 결성을 제안했고 팀에서 제1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다니엘(마크 이바니어), 그리고 부부인 제2 바이올린 로버트(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와 비올리스트 줄리엣(캐서린 키너)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처럼 같이 연습을 하던 도중 피터가 실수를 연발하고, 병원을 찾아간 피터는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피터는 팀원들에게 은퇴를 선언하고 다른 첼리스트를 추천한다. 로버트는 다른 첼리스트가 들어오면 팀의 소리가 달라질 것이고 그러면 자신도 더이상 제2 바이올린만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팀원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로버트와 줄리엣 부부의 사이도 좋지 않다. 다니엘을 두둔하던 줄리엣에 실망한 로버트는 홧김에 매일 아침 조깅을 같이 하던 친구와 하룻밤을 보낸다.

<마지막 4중주>에는 여러 관계가 등장한다. 부부, 스승과 제자, 친구와 연인, 경쟁자, 십대의 사랑, 하룻밤의 외도, 부인을 잃은 노년의 그리움, 지긋한 나이에도 아직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 등등 일단 그러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감정들이 영화의 기본 골격을 이룬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중년들의 사랑과 관계 속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관계에다가 작은 변화 하나를 심는다. 그리고 그 변화를 계기로 모든 것들이 바뀌기 시작하고 변화의 순간 겪게 되는 그 진통 또한 크게 다가온다.

영화는 멤버들이 공연을 하는 적막한 무대 위로 멤버들이 들어서고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끝난다. 인생의 무대 같은 그 무대에서 멤버들은 하나씩 자신의 자리를 채워간다. 그들이 함께 연주하는 곡은 장시간의 연주로 어렵기로 소문난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이다. 영화에서 피터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이렇게 오래 쉼 없이 연주한다는 것은 각 악기들의 음률이 맞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연주를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불협화음이라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해야 할까?”라고 말한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도 어렵고 우리의 삶도 어렵다. 조화란 차이를 전제로 한다. ‘푸가’는 25년 동안 조화로운 소리를 냈고 팀원들은 평온한 삶을 이어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작은 변화를 통해 그들 사이의 관계와 그들의 삶을 다시 되짚는다. 나의 삶은 제대로 잘 살아온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 순간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위험한 줄을 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영화는 우리의 삶을 묶고 있는 관계들과 그 속에서의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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