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족들과 조용하고 낡은 아파트로 이사 온 아스카(마에다 아쓰코)는 첫날부터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특히 누가 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옆집에서는 아침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아스카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한편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한 꼬마에게 관심을 느낀 아스카는 친절하게 말을 걸지만 그 꼬마의 할아버지가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더욱 큰 공포를 느낀다. 결국 잠을 더이상 설칠 수 없다는 생각과 커져가는 호기심에 아스카는 캄캄한 옆집으로 발을 들이고 만다.
AKB48의 전 멤버 마에다 아쓰코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콤플렉스>는 <링> <검은 물 밑에서> 등을 연출한 나카다 히데오의 호러 장르에 대한 연출 감각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영화이다. 사운드를 철저히 통제한 채 몇몇 소리만을 강조하거나 화면 한 구석을 휑하게 비워두어 관객을 불안하게 하고, 극단적인 시점숏을 사용하는 식의 정석적인 연출에서 나카다 히데오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솜씨를 보여준다. 공을 들인 CG 장면이나 극적인 퇴마의식 장면이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지만 감독은 아파트라는 일상적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포를 차근차근 그려낸다. 즉 문 하나만 닫으면 바깥과 완전히 단절되는 공간적 특성이나 고요한 가운데서 들려오는 옆집의 기괴한 소리 등은 이 영화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포의 재료이다. 피와 살점 없이 일상의 톤만 살짝 바꾸어도 익숙한 공간이 공포영화의 무대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을 긴장시키는 솜씨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 근원에 놓인 순수한 악의다. 아무 이유 없이 산 사람을 괴롭히는 악령의 등장이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악령은 착한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극해 죽음으로 몰고간다는 점에서 유난히 지독한 축에 속한다. 납득 가능한 원한이 있으면 풀어주기라도 할 텐데 이 영화의 악령은 소원도, 메시지도 없다. 그러니 애꿎은 주인공들은 그저 방문을 걸어 잠그고 틀어박혀 귀를 막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도 모두 지운 채 혼자 살아야 하겠지만 그건 또 하나의 끔찍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 즉 죽거나 폐인이 되거나. 이런 결론 속에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이 개입할 틈이 있을 리 없다. 제목인 ‘콤플렉스’는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복합 아파트 단지를 뜻하는 말인데, 이제 이곳에는 공포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고립된 개인들만이 있을 뿐이다. <콤플렉스>의 잔인함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막막한 현실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