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7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66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의 라인업이 공개됐다. 국제경쟁부문은 16개국에서 날아온 스무편의 영화들로 꾸려졌다. 신성과 작가주의 감독들의 작품이 고루 섞여 있는 올해 경쟁 라인업은 예년에 비해 한결 묵직해진 느낌이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를 비롯해 18세기와 19세기 초를 배경삼아 카사노바와 드라큘라의 신화를 조명하는 알베르 세라의 <내 죽음의 이야기>, 이누이 로쿠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에 우선 이목이 집중된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자친구를 보며 괴이한 욕망에 사로잡히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도모구이>, 신분 차이가 나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에마뉘엘 무레 감독의 <윈 오트흐 뷔> 등도 손에 꼽히는 기대작이다. 요아힘 핀토 감독의 <왓 나우? 리마인드 미>는 HIV바이러스와 싸우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데스틴 크레톤 감독의 <숏 텀 12>는 경쟁작 중 유일한 미국 작품이다. 국제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는 필리핀의 명장 라브 디아즈가 위촉됐다. <엔칸토에서의 죽음> <멜랑콜리아> 등 투쟁적인 작품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라브 디아즈가 심사위원으로서는 어떤 파격적인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경쟁부문엔 베르너 헤어초크의 <피츠카랄도>와 조지 쿠커의 <여인의 계단>과 같은 고전 명작을 비롯해 로맨틱코미디의 대가 리처드 커티스의 신작 <어바웃 타임>, 마릴린 맨슨이 출연해 화제가 된 쿠엔틴 듀피욱스 감독의 범죄코미디 <롱 캅스>, 마이클 케인이 한참 어린 여인과 늦된 사랑에 빠지는 노교수를 연기한 샌드라 네텔벡 감독의 <미스터 모건의 마지막 사랑> 등 가볍게 즐길 만한 영화들도 마련됐다.
개막작엔 발타자르 코루마쿠르의 블록버스터 액션극 <2 건스>가, 폐막작으로는 파스칼 플리손의 다큐멘터리 <온 더 웨이 투 스쿨>이 선정됐다. 카를로 샤트리안 집행위원장은 “올해 경쟁부문 라인업엔 재능이 넘치는 젊은 감독들의 흥미로운 영화들이 포진해 있으니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다. 우리가 고심해 고른 영화들이 관객에게도 열띤 호응을 얻기를 바란다”는 말로 기대와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