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반복되는 비극적 운명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2013-07-31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오토바이 곡예를 하는 루크(라이언 고슬링)에겐 삶의 목적도 전망도 없다. 1년 만에 찾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그는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처음으로 자신을 세상에 연루시키는 유일한 접속점을 찾은 듯, 그는 마을에 정착하기로 하고는 아이 부양을 위해 은행강도를 시작한다. 한편 신참 경찰관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는 마침 은행을 턴 뒤 운 나쁘게 걸려 도주하던 루크와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전혀 무관하던 이들의 삶은 시간을 경유하여 자식들에게 이어지며, 경찰 에이버리는 15년 뒤 검찰총장 선거에 나가게 될 만큼 크게 성공하게 된다.

영화는 “나처럼 쓸모없는 놈이 사랑받지 않는 것은 당연해”라며 황량하고 쓸쓸하게 살아가던 루크의 뒷모습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순수한 줄 알았지만 주어진 위기와 상황을 출세의 발판으로 삼을 만큼 명민한 에이버리의 야심을 따라간다. 대단히 느리게 흐르던 시간은 15년을 건너뛰어 이들의 아들들인 제임스와 A.J.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고독과 분노, 야망과 술수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등장하지만, 영화는 묘한 분위기를 품은 채 정적으로 흘러간다. 숲을 가르는 도로를 오토바이로 질주하던 루크의 운명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제임스의 새로운 방황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매 순간 다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질 정도로 예측이 어렵다. 스토리에 기반을 둔 영화이면서도 몇 단어로 환원되지 않는 영화가 있다. 데렉 시엔프랜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와 같은 작품이 그러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이토록 황량한 비전은 어쩌면 테렌스 맬릭의 초창기 영화와 비교할 만한지 모르겠다. 영화가 끝나도 스크린에서 쉽게 등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15년 뒤 루크와 에이버리의 아들들로 등장하는 데인 드한과 에모리 코헨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