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진지해서 더 웃긴
2013-08-01
글 : 이화정
<테르마이 로마이>의 아베 히로시

고대 목욕탕 설계사 루시우스가 경험하는 현대 일본으로의 코믹 시간여행. <테르마이 로마이>의 황당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전적으로 아베 히로시의 몫이다. 189cm의 큰 키, 이국적인 마스크의 아베 히로시는 ‘평안족’(얼굴이 평평하다 하여)이라 불리는 일본인들 사이에 뚝 떨어진, 고대로마인 ‘루시우스’ 역을 감쪽같이 연기해낸다. 로마인 복장과 말투를 구사하는 루시우스는 저 혼자 더없이 진지하고 그래서 코믹하다. 이런 시도는 연기자가 된 뒤 초창기 모델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해온 아베 히로시에게는 낯선 선택이 아니다. <걸어도 걸어도>나 <고잉 마이 홈> 속에서 싱거운 가장을 연기하는 기술과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크게 과장하지 않는 대신 그는 놓인 상황 안에서 최대한 그럴 법한 이미지를 연출해낼 줄 아는 배우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벌써 속편 촬영을 마친 상태다. 아베 히로시에게 루시우스 캐릭터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일본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끌었다. 일본인들이 로마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영화의 원작인 야마자키 마리의 만화 역시 같은 선상에서 흥미를 끌었던 작품인데, 당신은 어땠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대 로마에 대해서 더 많이 조사하고, 그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영화의 설정은 코믹하지만 루시우스의 태도는 꽤 진지하다. 매사 새로운 ‘테르마이’를 설계해야 한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개인보다 로마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캐릭터다.
=코믹물이지만 나름 진지하게 접근했다. 나보다 남을 위해서 한결같이 일에 몰두하는 루시우스의 자세에 진정성이 있더라. 아주 진지하게 그 모습을 연기해서 반대로 관객에게 웃음을 끌어내는 게 목표였고, 그런 과정이 재밌었다.

-다케우치 히데키 감독이 촬영 전 특별히 주문한 루시우스의 외모나 말투가 있었나.
=로마인 캐릭터라 머리를 염색하거나 메이크업으로 얼굴을 진하게 만드는 걸 생각했다. 그런데 의상을 피팅하는데 감독님이 ‘그대로 해도 괜찮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더 복잡한 기분이 들더라. (웃음) 그 대신 연기에 관해서는 아주 고지식하게 하자고 감독님과 합의했다. 감독님에게도 누차 톤을 확인했다. 이 작품이야말로 진지하게 하면 할수록 더 웃기고 재미있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하면 더 웃길까가 아니라 이 상황이라면 고대 로마인은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연기했다.

-거의 대부분이 목욕탕 장면이다. 벗는 장면을 위한 대책이 필요했겠다.
=옷을 벗은 상태에서도 외국인처럼 보여야 했기 때문에 우선은 몸집을 최대한 두툼하게 했다. 그게 쉽지가 않더라. 그런데 더 힘들었던 건 따로 있었다. 물에 젖어 있어야 하는 설정 때문에 촬영할 때는 항상 분무기로 몸에 물을 흠뻑 뿜어두어야 한다. 그 물이 마르면서 몸에서 열을 빼앗아간다. 덕분에 추위와 싸워야 했다.

-고대 라틴어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대사 습득도 어려운 과제였겠다.
=특별히 연구를 하진 않았지만 라틴어 선생님께 배웠다. 선생님이 무척 엄격한 분이라서 오케이를 받기가 힘들었다. (웃음)

-<테르마이 로마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뭔가 도전할 지점이 있는 작품을 해야 보람이 생긴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그런 점에서 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도전할 의지가 생기게 하는 작품이었다. 일본인이면서 외국인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이번 연기에선 가장 큰 숙제였다. 황당하지만 이 상황을 관객이 끝까지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우로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했고 속편도 나온다. 속편은 전작과 어떻게 연결되나? 전작과 많이 달라지나.
=촬영이 무사히 끝나 현재 마무리 단계다. 아직 내용을 밝히긴 이르다. 분명한 건 전작보다 스케일을 훨씬 크게 키웠다. 처음 고대 로마의 오픈세트장을 보고 규모가 커서 깜짝 놀랐다. 세트장뿐 아니라 많은 부분들이 업그레이드됐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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