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파트 낙서 괴담 <숨바꼭질>
2013-08-14
글 : 김성훈

성수(손현주)는 성공한 사업가다. 고급 아파트에서 처자식과 함께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형 성철에 대한 죄책감과 그것으로 인한 결벽증으로 괴로워한다. 어느 날,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수개월째 연락이 되지 않는 형의 아파트를 비워달라는 아파트 관리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수십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그는 집집마다 초인종 아래에 그려진 이상한 낙서를 발견한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 성별을 뜻하는 낙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형을 알고 있는 ‘이웃’ 주희(문정희) 가족도 만난다. 성철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희는 성수에게 “당신의 형이 더이상 내 딸을 훔쳐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뒤 그는 형의 아파트에서 본 낙서가 자신의 아파트에도 그려져 있음을 알게 된다.

<숨바꼭질>은 아파트 낙서 괴담을 호러 스릴러 장르로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친숙하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는 아파트라는 공간에 등장인물을 하나씩 몰아넣어 긴장감을 쌓아올리는 솜씨가 나쁘지 않다. 특히 영화의 처음부터 중반부까지 긴장감을 안정감있게 유지할 수 있는 건 성수 역을 맡은 손현주의 공이 크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닦고 또 닦고, 흐트러진 물건을 똑바로 놓는 성수의 결벽증은 수시로 벌어지는 사건의 이면과 그의 과거를 궁금하게 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놓는다. 하지만 아파트는 주거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계급 상승의 욕망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파트에서 출발해 끝나는 이야기인 만큼 집(아파트)에 대한 욕망으로 발전시켰더라면 더욱 근사한 스릴러가 될 수 있었을 듯하다. 단편 <저주의 기간> <주희>를 만든 허정 감독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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