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난과 작별할 수 있는 기회 <나폴라>
2013-08-14
글 : 이주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독일. 권투시합에 출전한 소년 프리드리히(막스 리에멜트)는 나치의 엘리트 사관학교 ‘나폴라’의 권투교사 눈에 띄어 특기생으로 나폴라에 입학한다. 입학 면접 시험에서 면접관이 지원 이유를 묻자 프리드리히는 망설이지 않고 답한다. “총통과 내 고향, 내 조국에 충성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리드리히에게 나폴라는 가난과 작별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프리드리히의 기숙사 룸메이트인 알브레히트(톰 쉴링) 역시 나폴라에 특별 입학한 소년이다. 지역 당 지도자의 아들인 알브레히트는 연약한 체구에, 독서와 글쓰기를 즐긴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 ‘강한 남자’가 되려 애쓰지만 여리고 착한 심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른 듯 닮은 두 소년은 서로에게 의지한 채 힘든 신체훈련과 정신 교육을 견디며 속깊은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눈앞에서 목격한 뒤 두 소년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나폴라 입학 첫날, 아무도 없는 기숙사 방에서 나치 문양이 달린 제복을 입고 ‘하일 히틀러’(나치 경례)를 외친 뒤 거울을 보는 프리드리히의 얼굴을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담는다. 자부심에 찬 소년의 순진한 얼굴. 그 얼굴이 결국 상처로 얼룩지고 말리라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링에서 동정은 사치”라고 말하는 교사나, 우월한 종족으로서의 자긍심을 세뇌시키는 학교와 국가에 열여섯 소년은 너무도 쉽게 이용당하고 만다. 방대한 이야기를 힘있게 압축한 드라마와 젊은 배우들의 열연(<오 보이!>(2012)로 독일 영화계의 주목받는 젊은 배우가 된 톰 쉴링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에 힘입어 <나폴라>는 2004년 개봉 당시, 독일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등 많은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선 리마스터링본으로 뒤늦게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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