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단편 <주희>에 주목!
2013-08-21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허정 감독

멀티플렉스를 찾는 관객에겐 생소한 이름일 테지만, 허정 감독은 단편영화제의 관객이라면 이미 주목하고 있었을 이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전공을 거쳐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연출부로도 활동한 그는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저주의 기간>(2010)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주희>(2013)를 연출한, 단편영화계의 기대주였다. 관객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불안 요소를 소재로 잡은 뒤, 두려움의 실체를 향해 이야기를 전진시키며 밀도를 쌓아나가는 감독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이 두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저주의 기간>은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 ‘유에포’ (www.youefo.com)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동경의 대상인 친구를 닮길 소원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주희>는 여러모로 <숨바꼭질>의 외전 같은 느낌을 준다.

그의 장편 데뷔작 <숨바꼭질>은 허정 감독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의 장이었다. “이전 작품에서 보는 이들이 놀라움을 느끼는 순간을 연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지점은 아니었다면, <숨바꼭질>에선 공포, 스릴러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충격과 놀라움의 순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어떤 이미지나 순간이 더 무서움을 줄까. 매 장면 그런 고민을 했다. 예를 들어 헬멧을 쓴 살인자가 그냥 등장하는 것보다는, 맥락없이 무작정 이쪽으로 돌진해오는 게 더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식의 접근을 이번 영화에선 자주 했다.”

<숨바꼭질>을 준비하며 허정 감독은 “<미저리>의 범인, <큐어>와 <불신지옥>, 독립단편 <남매의 집> 같은 영화들의 정서”를 떠올렸다. 하나같이 친숙한 공간과 인물이 낯선 공포의 대상으로 서서히 변모해가는 영화들이다.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익숙한 소재와 낯선 요소들이 뒤섞이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는 그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든 내 색깔을 잃지 않는 감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출사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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