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열병의 유통기한 <투 마더스>
2013-08-21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지상낙원 같은 해변의 어느 마을, 소꿉친구였던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어느덧 각자 어머니가 되어 옆집에 살고 있다. 릴의 아들 이안(자비에르 사무엘)과 로즈의 아들 톰(제임스 프레체빌)도 매일 함께 서핑을 다니며 죽마고우로 자란다. 그렇게 네 모자의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던 중 태양과 파도의 기운에 이끌려 이안과 로즈가 사고처럼 하룻밤을 보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톰과 릴도 관계를 맺는다. 열병의 유통기한을 알면서도 현재의 욕망에 솔직하고픈 네 남녀의 관계는 이후로도 평화로운 듯 위태로운 듯 지속된다.

두 어머니를 위한 에메랄드 빛의 판타지다. 영국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로 불리는 도리스 레싱의 소설을 옮긴 영화는, 네 모자의 금지된 욕망을 무인도에 가까운 배경 속에 놓아두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배양한다. 학교를 다닌다는 두 아들의 또래문화는 배제돼 있고, 두 어머니는 “신과 같은 아우라”를 지닌 그들의 육체에 못 이긴 척 빠져들며, 그 육체들의 얽힘에는 몸의 질척거림이 전혀 없도록 했다. 나중에 도시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그들의 자기 충족적인 사각관계를 뒤흔들어놓을 때조차 낭만 이면의 파국은 서사와 영상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지 못한다.

배우들이 이 금기의 판타지를 볼만한 것으로 만든다. 로빈 라이트는 기품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도리어 고혹적인 어머니로서, 나오미 왓츠는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내보이는 여린 소녀 같은 어머니로서, 낭만의 공기를 두텁게 만든다. 그녀들을 사랑한 오이디푸스들, 자비에르 사무엘과 제임스 프레체빌도 수려한 외모로 어머니들의 백일몽을 강화하는 데 자기 몫을 다한다. 다만 그 백일몽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건드릴 정도로 강력한 매혹을 건네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