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 잭 블랙, 매튜 매커너헤이, 셜리 매클레인
<캐치 미 이프 유 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크리스토퍼 워컨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는 대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 지금부터 감상 따위는 금지입니다’ 라고 명령하는 센서가 끊임없이 대뇌피질을 건드린다. 멜로 장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비포 선라이즈>의 연인을 떠올려보라. 프라우터 공원의 풀밭에 나란히 누워서도 두 남녀는 끊임없이 재잘대느라 정신없다(다른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라면 이쯤에서 음악이 깔렸겠지!). 링클레이터 감독의 폭풍 대사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건 그의 오랜 파트너인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유일하지 않을까. 아, 그들만은 아니다. 잭 블랙도 있다.
잭 블랙 주연의 <버니> 역시 말이 넘쳐난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 카시지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버니>는 마을 일이라면 궂은일 마다않고 돌보던 착한 장례지도사 버니(잭 블랙)가 미망인 마조리 부인을 왜 죽였을까를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역추적한다. 링클레이터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이 명백한 살인사건을 재조립하는데, ‘버니가 사람을 죽였을리 없다’는 마을 사람들의 끝없는 인터뷰를 듣고 있노라면(이 인터뷰는 실제 마을 주민들까지 동원됐다), 버니에 대한 동정심이 저절로 자라난다. ‘버니는 유죄인가 아니면 무죄인가.’ 버니의 죄를 따져 묻는 배심원 석에 서게 된 관객들은 그를 쉽사리 단죄하지 못한다.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의 실화를 극화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역시 <버니>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지만, 사기꾼 프랭크를 호의적으로 기술하는 데 성공한다. 프랭크의 대범한 사기술은 빠르고 경쾌한 편집으로 묘사되는데, 이 때문에 프랭크는 범죄자라는 인상보다 특출난 재능을 지닌 인물처럼 보여진다. 특히 프랭크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스필버그는 그를 쫓는 FBI 요원 핸러티의 시선을 적극 활용한다. 핸러티는 사기꾼 프랭크를 잡아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프랭크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는 유일한 존재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단순한 범죄 추격전 이상의 재미를 안겨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프랭크의 거짓말을 동정하게 되는 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출중하고 수려한 외모도 한몫한다. 영화 속에서 많은 여자들이 프랭크에게 속아넘어갔던 것처럼.
<이층의 악당> 감독 손재곤 / 출연 한석규, 김혜수, 지우
연주는 비어 있는 2층방을 세놓고, 그곳에 창인이 입주한다. 창인은 작가라고 밝혔지만, 소설은 쓰지도 않은 채 호시탐탐 1층을 뒤지며, 수상한 행동을 반복한다. 진의를 알 수 없는 창인의 말과 행동을 코믹한 방식으로 포장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감독 난니 모레티 / 출연 미셸 피콜리, 난니 모레티, 마거리타 부이
갑작스런 교황의 죽음으로 새로 선출된 교황 멜빌. 그러나 그는 부담감에 교황청에서 도망친다. 교황청엔 교황 행세를 대신하는 경비병이 있고, 진짜 교황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다. 교황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안겨준다.
<슈퍼스타> 감독 자비에 지아놀리 / 출연 카드 므라드, 세실 드 프랑스, 루이스 도 데렌쿠에사잉
평범한 회사원 마르탱. 자고 일어나보니 졸지에 최고의 스타가 되어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화제가 되는 웃지 못할 사연. 일종의 관찰극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유명인을 향한 무작정의 호감과 열광에 대한 세태를 풍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