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해외뉴스] 전설은 떠났으나
2013-08-27
글 : 송경원
<겟 쇼티> <재키 브라운> 등 원작 쓴 소설가 엘모어 레너드 타계
엘모어 레너드.

지난 8월20일 ‘디트로이트의 디킨스’로 불리던 미국 범죄소설의 대가 엘모어 레너드가 세상을 떠났다.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의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별세한 그의 나이 향년 87살. 동시대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고 수많은 영화의 원작자이자 각본가였던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은 물론 그를 사랑했던 수많은 팬들이 속속 애도의 말을 전해왔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로 잘 알려진 마이클 코넬리는 “내가 되고 싶었던 유일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고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은 레너드가 생전에 언급했던 글쓰기의 10가지 규칙을 떠올리며 이젠 고인이 된 그의 빈자리를 그렸다.

192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엘모어 레너드는 1951년 소설 <아파치의 흔적>으로 데뷔하여 서부소설, 역사소설, 범죄소설 등 장르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통해 60년대 하드보일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장편소설만 45편을 남겼는데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고 힘있는 문체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겟 쇼티> <비 쿨> <럼 펀치> <핫 키드> <로드 독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고 2006년 루이지애나 작가상까지 수상한 소설가였지만 우리에게는 영화 원작자 내지는 각본가로 더 친숙하다. 배리 소넨필드의 <겟 쇼티>(1995), 스티븐 소더버그의 <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1997)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엘모어 레너드의 글을 보면 그가 왜 “영화가 사랑한 작가”였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최대한 묘사를 생략하고 생생한 대사를 통해 분위기를 전달하는 그의 글은 직접 묘사는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소설보다 영화에 가깝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감각적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대중소설의 모범이랄 수 있다. 이후 그의 문체는 미국 작가들이 소설 작법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여러 작가들에게 인상적인 영향을 끼쳤다. 진정한 펄프 픽션의 제왕의 영혼은 하늘로 떠났지만 그는 스스로 ‘엘모어 레너드’라는 장르가 되어 우리 곁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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