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혁신의 아이콘 <잡스>
2013-08-28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영화 <잡스>는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를 만든 시대의 괴짜 잡스의 인생을 훑어간다. 컴퓨터광 20대에서 2001년 아이팟 등장 직전까지 20여년간이 주된 배경이다. 스티브 잡스(애시튼 커처)는 노동자 출신 양부모가 평생 모은 돈을 등록금으로 쏟아붓게 되자 대학을 자퇴하고 청강으로 원하는 것들만 골라 배운다. 20살 때 친구들과 함께 부모의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컴퓨터는 남다른 안목과 직관적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제품과 사업에 대한 강한 집중력은 냉혹하게 주변 친구와 연인과 아이를 홀대하게 한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혁신과 완벽주의에 대한 몰두로 인해 경영진과 불화를 일으켜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그가 떠난 뒤 하락세를 겪던 애플은 십여년 뒤 잡스를 다시 불러와 제2의 혁신을 준비한다.

영화는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인물에만 밀착하여 그가 살아간 시대의 맥락을 놓친 채 20여년의 일대기를 주마간산 격으로 관통해간다. 영화 속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정신적 멘토보다는 성공의 멘토에 어울릴 법한 이기적인 독불장군이다. 무턱대고 미화하진 않았지만 그 시선이 중립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영화 안에서 그에 대한 입장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화는 진부한 할리우드 성공담에 가까워져서 잡스가 그토록 숭배했던 밥 딜런의 배경음악이 호사스러울 정도다. 영화는 창의와 열정으로서가 아니라 투자, 광고, 비즈니스 마인드로 애플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온 잡스에 집착한다. 데이비드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가 IT 성공신화의 이면을 아이로니컬하게 파고든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잡스>는 혁신, 좌절, 그리고 재도약이라는 비즈니스맨 잡스의 흥망성쇠기다. 이 시대 보편적 청춘들이 아니라 대학 창업동아리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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