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의 이누크(가바 피터슨)는 이누이트의 후예다. 그는 어린 시절 사고로 북극곰 사냥꾼인 아버지를 잃고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어머니와의 불화로 집을 나와 방황하다 결국 사회복지시설로 옮겨가게 된 이누크는 그곳에서 시설 아이들과 함께 물개 사냥을 떠나는 지역 사냥꾼들의 여정에 참여하게 된다. 최고의 사냥꾼 이쿠마(올레 요르겐 하메켄)는 이누크의 몸속에 사냥꾼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팀을 이루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선조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 북극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 영화의 성취는 수천년 동안 얼음 위에서 살아온 이누이트족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데에 있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극한의 땅에서 이누이트의 후예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지만 빙하가 녹아내리는 만큼 그들의 삶의 터전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감독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의 사냥꾼과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복지시설인 ‘청소년의 집’ 아이들을 출연시켜 이누이트들만이 느끼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끝없는 설원을 달려가는 사냥의 여정 가운데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혹독한 추위가 아닌 자기 자신의 내면이다. 이누크는 성장통을 겪으며 이누이트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시설의 다른 아이들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냉철하게 사냥꾼들을 인솔하던 이쿠마도 결국 가슴 깊이 담아두었던 오랜 상처를 드러내며 마음을 연다. 영화는 이 상처가 점점 아물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현대와 전통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그린란드의 현실을 주인공 이누크의 자아성찰 속에 투영해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