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에로영화 현장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 <아티스트 봉만대>
2013-08-28
글 : 김성훈

임필성 감독은 발리에서 에로공포영화 <해변의 광기>를 찍던 중 제작자로부터 해고를 당한다. 너무 무난하게 찍은 애정 신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자는 애정 신만 다시 찍기 위해 ‘에로영화의 거장’ 봉만대 감독을 발리로 불러들인다. 영화의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봉만대 감독에게 주어진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곽현화, 성은, 이파니, 세 배우들은 수정된 애정 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곽현화는 감독의 과감한(?) 주문에 불만을 터트리며 뛰쳐나간 뒤 임필성 감독과 봉만대 감독의 뒷담화를 한다. “진정한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인 성은은 남자배우의 짓궂은 손버릇에 상처를 받는다. 제작자는 감독 몰래 데려온 사진작가를 시켜 이파니에게 화보를 찍게 한다. 그리고 임필성 감독은 수시로 봉만대 감독의 자리를 넘본다. 최악의 상황에서 봉만대 감독은 아티스트의 정신을 발휘해 부지런히 영화를 찍어나간다.

영화의 줄거리와 달리 <아티스트 봉만대>는 곽현화, 성은, 이파니, 세 에로배우의 몸을 전시하는 영화가 아니다. 에로영화 현장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페이크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임필성, 봉만대 감독, 곽현화, 성은, 이파니 등의 출연진에 에로영화 현장이라는 상황만 주어질 뿐, 대사나 행동은 배우들의 실제 모습에 상당 부분 기댄다. 카메라가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는 까닭에 배우, 특히 곽현화, 성은, 이파니 세 여배우들의 사연이 현실과 극을 묘하게 오간다. 덕분에 만듦새가 다소 투박하지만 에로영화 현장이 리얼하게 묘사될 수 있었다. 그리고 감독은 감독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영화 현장의 애환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또 때로는 솔직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각각의 시퀀스들이 좀더 논리적으로 연결됐더라면 꽤 괜찮은 성인 코미디영화가 나올 뻔했다. 영화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동상이몽>(2005) 등 여러 에로영화를 만든 봉만대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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