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할리우드 스타들의 집을 털다 <블링 링>
2013-09-04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문제아들이 모여드는 LA 소재의 고등학교 ‘인디언힐스’에 마크(이스라엘 브루사드)가 전학 온다. 장난삼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취미가 있는 레베카(케이티 장)와 그는 이내 친해지고, 이후 자동차를 터는 등 좀도둑질을 일삼는다. 어느 날 밤 그들은 파티에 참석해 집을 비운 패리스 힐튼의 저택을 털자는 계획을 세우는데, 이 첫 번째 범죄가 수월하게 진행되면서 다른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더욱 대범한 절도를 벌이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블링 링>은 십대들이 약 1년간, 무려 300만달러에 이르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현금과 명품을 절도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위험한 아이들의 표적이 된 스타로는 메간 폭스와 린제이 로한, 올랜도 블룸과 미란다 커, 오드리나 패트리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인들이 속해 있다. 훔친 명품을 휘감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아이들은 또래 사이에서 스타로 취급받는데, 실제로 니키(에마 왓슨) 역의 모델이 된 ‘알렉시스 네이어스’는 파티걸의 생활을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리티 와일드>에 출연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소피아 코폴라의 신작 <블링 링>은 수많은 이슈를 담은 작품이다. 패리스 힐튼의 저택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며, 세계적인 촬영감독 해리스 사비데즈의 유작인 동시에, 2013년 칸영화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독은 원작자 낸시 조 세일즈가 월간지에 기고한 ‘루부탱을 신은 도둑들’이란 기사를 읽고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밝힌다. 물론 시나리오의 골격은 여느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들처럼 미니멀하다. 사건의 과격성에 비해 인물들의 내면은 감추어 표현되고, 대신 상상할 수 있는 개연성의 범위는 넓어진다. 후반 20분 사이에 영화의 주제가 집약돼 나타나는데, 현실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은 아니더라도, 그 건조하고 냉랭한 공허함만큼은 확실히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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