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해양법’과 ‘대륙법’의 공존 <콜드 워>
2013-09-04
글 : 정예찬 (객원기자)

아시아 최고의 치안도시 홍콩. 번화가 몽콕에서 폭탄이 터지고 동시에 경찰차와 경찰 5명이 납치되는 테러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지휘해야 하는 경무처장은 해외 출장으로 공석 상태, 두명의 부처장이 홍콩 경찰의 명예가 걸린 비공개 대테러작전 ‘콜드 워’의 지휘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다혈질의 리원빈(양가휘)이 먼저 주도권을 잡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냉철한 라우지에후이(곽부성)도 범인의 두뇌 게임에 휘말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 내부 소행이 의심되는 가운데 청렴위원회까지 수사에 개입하며 홍콩 경찰은 전무후무한 위기를 겪는다.

<무간도> 시리즈가 홍콩 반환 전후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그려낸 작품이라면 <콜드 워>는 현재 홍콩 사람들의 정치적 불안을 담아낸 작품이다. 지금의 홍콩은 영국의 영향을 받은 ‘해양법’과 중국의 ‘대륙법’이 공존하는 도시다. 영화 속의 경찰조차 시민의 안전과 준법정신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할지 혼란스러워한다. 작전명 ‘콜드 워’는 테러 집단과 경찰,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두 부처장, 그리고 청렴위원회와의 마찰까지 여러 층위의 대립 관계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내러티브를 풍성하게 한다. 홍콩 누아르 스타일의 범죄물로 봐도, 인물들의 내면을 파헤치는 심리극으로 봐도 성공적인 작품이다.

지난해 말 홍콩과 중국에서 개봉한 <콜드 워>는 홍콩에서만 제작비의 두배 가까운 수익을 거뒀고, 중국에서는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연말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9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영화 말미에 암시된 것처럼 속편 제작도 확정되어 올해 말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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