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영화 전문감독이었던 히로키 류이치가 몇 년 전부터 사랑스러운 성장영화들을 내놓고 있다. 제15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키즈아이 섹션에 초청된 <괜찮아 3반>은 <오체불만족>의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초등학교 교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팔과 다리가 없는 아카오 선생(오토다케 히로타다)과 5학년 3반 아이들이 함께 보낸 일년을 다정한 시선으로 지켜본다. 영화를 찍는 동안 히로키 류이치는 수많은 아역배우들의 “현장 선생님”이 되어야했다. 그에겐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던 <괜찮아 3반>의 촬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소설 <괜찮아 3반>을 영화화했다.
=프로듀서가 원작자가 직접 출연할 거라면서 나에게 영화화를 제안했는데, 원작을 읽어보니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원작에 있는 에피소드를 거의 그대로 살려서 쓴 각본을 토대로 영화를 찍었다. 잔잔한 영화라 자칫 설교하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어 연출에 고민이 많았다.
-<오체불만족>으로 유명한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직접 아카오 선생 역으로 출연한다.
=그를 대신할 배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 불안해하긴 했지만 출연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 알다시피 무척 긍정적인 사람이라 현장에서도 의욕이 넘쳤다. 신인 배우처럼 설렌다고 했다. 의외였던 점은 그가 블랙유머를 참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달라”고 하면 그는 “죄송하지만 지금은 바빠서 일어나기 곤란하다”고 답한다. 이런 말은 하면 안되나? 서로 자주 하는 농담인데. (웃음) 스탭들에겐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 표정을 세심하게 잡아달라는 지시를 많이 내렸다. 전문 배우가 아닌 그가 갑자기 연기를 뛰어나게 할 순 없지 않나. 그저 아카오 선생의 감정을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그대로 느끼기만을 바랐다.
-영화에선 원작과 달리 아카오 선생을 보조하는 시라이시 선생(고쿠분 다이치)의 역할이 커졌다.
=처음 연기를 하는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불안을 덜어주고, 실제로도 그를 도와주기 위해 고쿠분 다이치의 분량을 늘렸다. 시라이시 선생의 눈을 통해 아카오 선생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수업 장면은 대본이 있었지만 카메라를 네대 설치하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초반부 아카오 선생이 교실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놀라는 신이 있다. 아이들이 처음 그를 봤을 때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그대로 담고 싶어서 일부러 촬영 전에 못 만나게 했다. 그의 모습에 익숙해지면 진심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찍을 수가 없으니 스탭들과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상의해 마련한 작전이었다.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촬영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겠다.
=20, 30명의 아이들을 한달 동안 세심하게 돌봐야 했다. 현장에선 내가 선생님이었다. 워낙 말을 안 들어서 매일같이 잔소리를 했다. 아이들이 점점 날 무서워하더라. (웃음) 보통은 대본을 미리 주고 역할과 상황에 대해 공부하게 하는데, 배우들이 아이들이라 매번 현장에서 한장씩 대본 프린트를 나눠주고 즉석에서 외우도록 시킨 뒤 촬영했다. 아이들에게 대본을 미리 주면 집에서 엄마랑 연습을 해온다. 아이들이 그들의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연기하는 게 싫었다. 건강관리나 심리상담도 때맞춰 해줘야 했고, 집에 가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들을 달래기도 했다. 지금 인터뷰하는 것처럼 다정한 말투로 얘기하진 않았다. (웃음)
-최근엔 밝은 성장영화를 주로 찍었다. 핑크영화 계획은 이제 없나.
=나에게 뭘 기대하는 건가. (웃음) 여러 가지 기획이 있다. 러브 스토리도 있고, 인간 군상을 그리는 드라마나 액션도 해보고 싶다. 지금은 가부키초의 러브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한국인 여자가 성실하고 착한 캐릭터로 나온다. 시나리오를 다 썼고 현재 캐스팅 단계다. 예상하는 대로 야한 장면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