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도박 같은 일상 <히든 카드>
2013-09-25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명문 프린스턴 대학의 학생 리치 퍼스트(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인터넷 포커에 전 재산을 베팅하는 모험을 벌인다. 하지만 사이트의 구조상 절대 개인은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그나마 있던 학비마저 모조리 잃어버린다. 하지만 이대로 졸업하지 못하면 피차일반이라는 생각에, 리치는 사이트의 창시자인 아이반 블락(벤 애플렉)을 찾으러 코스타리카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곳에서 만난 겜블계의 거물 아이반은 영특한 리치를 도박 사업에 끌어들이려 하고, 리치는 이 위험한 제안을 쉬이 받아들인다. 그렇게 겜블러의 천국이라 불리는 코스타리카를 배경으로, 과도한 욕망을 지닌 아이반을 상대로 한 리치의 도박 같은 일상이 시작된다.

영화 <히든 카드>의 주축은 두 주연배우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어딘지 위험해 보이는 아이비리그의 천재 대학생 역으로 적격이고, 벤 애플렉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매혹적이다. 특히 애플렉은 지금껏 시도하지 않던, 이를테면 <아르고>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악역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감독은 월가를 도박판에 빗대며 반감을 표하는데, 애플렉의 품위 있는 연기가 이때 도박계와 금융계를 동일선상에 놓는 데 도움을 준다. 그가 연기한 아이반은 겜블러들 사이에서는 ‘오즈의 마법사’로, 정작 본인은 자신을 ‘나폴레옹’이라 칭하는 캐릭터다. 표면의 환상을 뒤쫓음과 동시에, 내면의 폭군적 기질을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이런 식의 언어유희는 곳곳에 숨어 있다. ‘양심’을 ‘공포심’으로 에둘러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연출한 브래드 퍼먼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초반부의 프린스턴 대학 신은 실제의 뉴저지를 배경으로, 코스타리카 분량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대신 촬영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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