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끝까지 밀어붙여야지
2013-09-26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제7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에서 특별전 연 남궁선 감독

“조금 더 세게 나갔으면….” 9월6일 제7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주최 KT&G 상상마당) 개막식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남궁선 감독은 개막작으로 상영한 자신의 작품 <남자들>(2013)을 두고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인물들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 캐릭터를 나쁘게 묘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자들>은 이성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매혹과 곤혹스러움을 경쾌하게 오가는 연애담이다. <남자들>을 비롯해 <세상의 끝>(2007), <최악의 친구들>(2009), <태평양>(2010),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2011) 등 그가 만든 단편영화들이 올해 대단한 단편영화제 감독 특별전에서 상영됐다.

-그간 만든 단편 작업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기분이 어떤가.

=상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부끄러웠다. 멋모를 때 찍은 거라서. 막상 찍은 것들을 보니 재미있더라.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알 것 같고. 옛날만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보게 된 것 같다.

-가장 최근작인 <남자들>은 이성의 매혹적이거나 난감한 면모를 탐구하듯 그려간 연애담이다. 주인공 지미가 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가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연애담이라는 장르를 다룰 때가 됐다 싶었고, 그걸 잘할 수 있을지 시도해보고 싶었다. 해소되지 않은 갈등으로 헤어진 남녀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잖나. 그때 둘의 관계에서 남을 수 있는 찌꺼기 중 가장 센 게 뭐가 있을까? 상대방을 깎아내린다거나 해코지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해코지의 방법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것을 발견하는 설정을 한 것이다.

-<남자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걸음 후퇴하면 반드시 두 걸음 전진하는 사람들이라 대견스러웠다.

=남녀 관계에서 서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세게 나누며 갈등을 겪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잖나. 내가 생각하는 성장과 삶이 그런 모습인 것 같다.

-<세상의 끝>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을 들은 남매가 지구의 멸망을 믿지 않는 외부인을 만나 그들을 따라가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멸망이라는 설정을 해놓으면 죽음이 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곧 죽는다면 지금 뭐할래? 이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정말 단순하게 삶의 의미를 묻고 싶었다. 많은 친구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연출, 편집, 미술, 음향 등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공정을 직접 했다.

-<최악의 친구들>의 세 친구는 저마다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다. 서로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보통의 성장담과 달리 이 영화는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성장의 모습을 그려냈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친구들이나 당시의 내 감성 등 주변의 풍경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순수하게 만든 작품이다.

-<태평양>과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모임 별의 뮤직비디오 작업이다.

=모임 별은 인디포럼에서 만났다. 비트가 빠르고, 리듬이 있는 음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모임 별의 음악은 곡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나의 장르로 묶이지 않는, 그들만의 고유한 심상 같은 게 있어서 좋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의 스크립터를 맡았다. 상업영화의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뭔가.

=하나의 시스템에서 공동으로 정한 일정과 약속에 따라 모든 팀이 움직이는 일을 속성으로 경험할 수 있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동시에 아마추어적으로 작업에 임했을 때 나오는 강한 에너지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과정을 휴학하고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청춘물을 다룬 시나리오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게 재미있으니까 캐릭터 무비가 성향에 맞는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과 상업영화가 갖춰야 할 요소 사이에서 교차 지점을 잘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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