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는 최근 지상파와 SNS를 통해 무척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날 촬영장에도 몇몇 케이블TV 카메라가 쉬지 않고 그녀를 따라다녔다. 물론 그런 분위기는 스스로 더 많이 느끼는 듯했다. <클로젯>을 택한 이유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어쨌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촬영보다는 한결 여유로워 좋다”고.
클라라의 망치질을 시연하고 있는 박가희 감독. 스릴러라는 장르 이전에 <클로젯>은 클라라와 오타니 료헤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개성이 충돌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구아바의 웹툰과 함께하는 ‘콜라보’ 작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의 밀도’를 눈여겨봐달라는 감독의 주문.
낮에 통화했던 사진작가(오타니 료헤이)를 기다리며 서 있는 클라라. 창밖을 내다보는 표정이 서늘하다. 그러고는 커튼을 닫고 탁자를 끌어 문을 가로막는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공방이지만, 그 속엔 뭔가가 있다.
<클로젯>은 한 여자(클라라)를 도와주려 했던 사진작가(오타니 료헤이)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테이스트메이커스 단편영화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테마는 바로 ‘젠틀맨의 태도’다. <최종병기 활>에 이어 최근 <명량: 회오리바다>를 끝낸 오타니 료헤이가 바로 그 <클로젯>의 젠틀맨이다.
클라라가 망치를 들었다. 지난 9월8일 일요일 저녁,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에 자리한 외딴 공방에서 클라라가 목재와 씨름하고 있다. 옆에서 한 남자가 치근대듯 말을 건네지만, 들은 체 만 체 두터운 목장갑을 하고서 망치질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제껏 익숙한 클라라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낯선 목수 차림새다. 이런 역할을 받아들인 이유는 당연히 ‘변신’ 때문이다. “너무 어려운 캐릭터예요. 전혀 밝은 모습이 없어요. 기존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연하게 되었어요.”
웹툰 작가 구아바의 연작 <연>에서 출발한 박가희 감독의 단편 <클로젯>은, 가구 공방을 운영하는 한 여자(클라라)와 여러 남자들의 이야기다. 주변 남자들은 스토커라고 해도 될 만큼 그녀의 주변을 맴돈다.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일본인 사진작가(오타니 료헤이)가 찾아오지만, 이내 공방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도대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기에?
<클로젯>은 이상근 감독의 <커플링>, 김태용 감독의 <인생은 새옹지마>에 이어 던힐이 후원하는 테이스트메이커스(TASTEmakers) 단편영화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이다. 지난 2010년 액션 단편 <아이스크림>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박가희 감독은 또 다른 단편 <파파라치>를 만들고, 완성되지 못한 신정원 감독의 <더 독> 스크립터 등으로 참여하며 젊은 여자감독으로는 드물게 ‘액션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왔다. <소수의견>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하리마오픽쳐스의 김유평 PD는 “정동진에서 <아이스크림>을 보고는 마치 과거 류승완의 단편 <패싸움>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물론 <클로젯>은 액션영화는 아니지만 박가희 감독은 “액션하는 기분으로 만드는 스릴러”라며 웃었다. 무엇보다 클라라와의 작업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기존 이미지가 워낙 세다보니 걱정이 많았는데, 클라라 자신이 털털하고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편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서로가 지닌 장점들이 잘 묻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이끄는 솜씨가 능숙하다고 말을 건넸더니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닫힌 공방을 둘러싼 은밀한 스릴러 <클로젯>은 10월 초쯤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