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장르 막론하고, 활동 경력 막론하고, 모든 남자 연예인을 ‘멘붕’으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 있었다. 바로 “오빠! 나 몰라?” <무한도전> ‘여름예능캠프’편에서 맹승지는 이름대로 맹한 매력으로 이 주문을 연신 외쳐대며, 어떤 수료생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여름예능캠프를 졸업했다. 그리고 현재는 <코미디에 빠지다>의 한 코너 ‘맹스타’에서 맹스타로, <섹션TV 연예통신>의 고정 리포터로 맹활동 중이다. 연휴가 끝난 뒤 월요일 아침,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난 그녀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바쁘니까 안 좋은 일도 금방금방 잊혀져서 좋다”며 샐쭉이 웃었다. 명절 후유증도, 월요병도 개의치 않는 그녀의 맹맹한 목소리가 유쾌했다.
-인터뷰를 늘 이렇게 점심시간에 하나.
=막내니까. 8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이렇게 오전이나 점심시간에 인터뷰를 했던 것 같다.
-본명은 김예슬이고, 맹승지는 엄마가 작명소에서 지어온 이름이라고.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지금은 대만족이다. 선배들도 잘 어울린다고 하고. 나는 ‘승지’가 잘 어울린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맹’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었다.
-엉뚱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본인이 생각해도 특이한 기질이 있다면.
=그걸 다 말하면 또라이라고 할 텐데.
-또라이 좋아한다. 말해봐라.
=충동적인 데가 있다. 예를 들어 새벽에 머리를 자르고 싶으면 그냥 자른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근데 그게 한국어 노래가 아니라 나도 잘 모르는 미얀마어와 아랍어 사이 어디쯤에 있는 말로 된 노래다. 오래된 친구들은 따라 부르기도 한다. 또 길거리에서 도를 아냐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가서 설교한다. 이런 일 하면 안된다고.
-머리 잘랐다가 다음날 후회하진 않나.
=애써 후회하지 않는다. 미용실에서 자른 거 아닌데 예쁘지 않느냐고 물어보고 다닌다. 거울 보면서 ‘약간 세계적인 모델 같아’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인다.
-<무한도전> ‘우리 어디 가’편에서 소리 지르며 박명수 쫓아가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평소에 잘하는 짓이다. <무한도전>에 나온 건 실제 내 모습이 많다.
-박명수씨가 선배라는 사실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하더라.
=워낙 시키는 걸 곧이곧대로 잘하는 스타일이다. <무한도전> 4번 나간 것도 다 ‘코빠’(<코미디에 빠지다>) 감독님이 갔다 오라고 해서 갔다 온 거다.
-‘오빠! 나 몰라?’는 ‘맹스타’에서도 하고 다른 방송에서도 꾸준히 하더라.
=지금은 많이 잦아들었는데 처음에는 맨날 시켰다. 주로 <무한도전> 느낌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데, 나는 생각 없이 했던 거라 그 느낌이 뭔지 잘 모르겠다. 대본으로 옮겨서 다시 하려니 힘들 때도 있다.
-현장에서 가장 재밌었던 인터뷰이는 누구였나.
=천명훈 오빠.
-그래서 만약 <우리 결혼했어요>를 하면 같이 하고 싶다고 한 건가.
=이상형은 박해일씨인데 유부남이고, 아이돌은 욕을 너무 많이 먹을 것 같고. 천명훈 오빠는 서로 다이아몬드 같은 느낌이 아니니까 편할 것 같다. 서로의 똘끼를 케어해줄 수 있을 것 같고.
-요즘 제일 고민은 뭔가.
=개그 아이디어. 이름은 6개월차 코미디언치고는 많이 알린 것 같다. 이제는 개그로 승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코미디에 빠지다>에서 ‘맹스타’를 포함해 3개 코너에 출연하고 있는데, 아이디어 짤 때 제일 많이 참고하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눈여겨본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김수미 선생님의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는 다 재밌다. <박수건달>에서 엄지원 언니가 했던 역할에서도 따오고 싶은 게 많다. 굉장히 과하고 우스꽝스러운 머리나 의상이 재밌더라.
-실제로 코미디 연기를 전공했고 대학로에서 4년 동안 로맨틱코미디를 많이 했다. 좋아하는 장르인가.
=개인적으로 어두운 작품보다는 코미디를 좋아하기도 하고, 지금 대학로 상황이 로맨틱코미디가 많은 경향도 있다. 요즘은 어두운 작품도 해보고 싶은데 캐스팅이 안될 것 같다.
-연극 경험이 가장 도움이 되는 순간은.
=소리 조절이나 걸음걸이부터 아무래도 무대에 서본 사람하고 안 서본 사람하고 다르니까.
-연극도 해보고 코미디 프로도 해본 입장에서, 코미디가 섞인 연극과 연기를 요구하는 코미디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 같나.
=일단 호흡이 완전히 다르다. 사실 연극 무대에서 개그가 더 빵빵 잘 터질 때가 많다.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고 충분한 시간을 쌓아서 한번 딱 터뜨리면 그게 핵폭탄처럼 터지니까. 근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30초마다 한번씩 웃겨야 하니까 어렵다.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나온 걸 보니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더라.
=개그는 대본이 매일매일 바뀌는 데다 코너를 3개 하고 있어서 한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붙들고 있다.
-대본 연습은 어떻게 하나.
=혼자 블라블라거리면서 연습하는 스타일이다.
-제일 좋아하는 개그 스타일은 어떤 건가.
=콩트. 연기를 가미한 개그가 좋다. 슬랩스틱이나 분장에 약한 편이라.
-연기가 왜 좋나.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게 재밌다.
-반응이 자기 예상과 다르면 어떡하나.
=어, 이건 안 먹히네, 하고 그냥 무시한다.
-남의 말에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 같다.
=자동 필터링 능력이 강한 편이다. 날 혼내는 말도 귓등으로 듣는 구석이 있다.
-맹승지가 생각하는 맹승지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해심 많고 긍정적이고 무식한 것.
-매니지먼트가 생기면 어떤 일을 가장 해보고 싶나.
=코미디영화에선 리틀 김수미? 욕을 잘하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