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위원장은 전세계 최고령 현역 감독인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을 언급하며 “지금의 임 감독님 기력이라면 110살까지 20편은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임권택 감독은 “술꾼으로 유명했던 김동호 위원장 덕에 몸이 많이 곯았다. 200살까지 살기는 글렀다”고 웃으며 받아쳤다. 후배 영화인들은 하나같이 임권택 감독이 오래도록 현역 영화인으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강수연, 임권택 감독, 배우 오정해, 박상민, 전무송(왼쪽부터).
<서편제>와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배우 오정해(가운데)와 박상민(오른쪽). 두 배우가 임권택 감독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개막작 <만다라>의 두 주인공 안성기와 전무송.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였지만, 부산 영화의전당은 임권택 전작전 개막작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돌아다녔지만 무려 71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회고전을 여는 감독은 임권택 감독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한국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9월23일 오후 7시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 중극장에서 임권택 감독 전작 회고전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임권택 감독의 ‘절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이번 회고전의 의미를 명쾌하게 짚어주었다. 이날 임권택 감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서편제>로 임권택 감독과 20년 인연을 맺은 배우 오정해는 “새끼들이 다 모였으니 기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영빈·김홍준·강우석·임상수·김대승 감독, 이춘연·김미희·심재명 제작자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전무송·안성기·강수연·박상민·오정해 이상 5명의 배우들은 무대에 올라 임권택 감독과의 인연을 풀어놓았다. 임권택 감독의 103번째 영화에 꼭 캐스팅되고 싶다던 박상민은 임권택 감독에게 큰절을 올렸고, 강수연은 “지금까지 101편의 영화를 만드셨는데, 여전히 현재진행형 감독이라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며 존경을 표했다. 개막작 <만다라>의 주연배우 전무송은 “지금도 <만다라>를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영화배우가 되는 게 오매불망 꿈이었는데 임권택 감독님이 그 꿈을 이루어주셨다”면서 <만다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만다라>의 주연배우이자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의 주연배우 안성기 역시 회고전 개최를 축하했다.
개막작이 상영되기 전 이날의 주인공 임권택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 영화사에 무수한 걸작을 남긴 임권택 감독은 “만들어진 지 30년 넘은 영화를 보러 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연 뒤 “71편의 상영작은 임권택 개인의 작품이 아니다. 모든 영화인들의 힘이 모여 완성됐다. 초기 10년간 찍은 50여편의 영화 중엔 젊은 객기로 만든 작품도 있고 보여드리기 부끄러운 작품도 있지만 모쪼록 잘 봐달라”고 말을 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상자료원, 동서대 인권택영화연구소, 영화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회고전은 9월23일부터 10월12일까지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며,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