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쇼 <쇼를 사랑한 남자>
2013-10-0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화려한 쇼맨십과 천부적인 손재주로 연예계에 군림한 피아니스트 리버라치(마이클 더글러스)는 20세기 최고의 엔터테이너 중 하나다. 수의사를 꿈꾸던 청년 스콧(맷 데이먼)은 1970년대 후반 우연히 리버라치와 만나 그의 연인이 된다. 리버라치는 최고의 현란함으로 겹겹이 치장되어 있었지만 자신의 실체를 병적으로 숨겼고 본질적으로 고독했다. 그는 가발, 성형수술, 약물 등으로 은폐한 자신의 본모습을 오직 스콧에게만 드러내 보였다. 성욕 강한 독신의 게이였던 리버라치는 보이지 않는 기이한 자기모순과 욕망에 휩싸여 있기도 했다. 연인인 스콧에게 자신의 얼굴을 본떠 성형수술을 하도록 권장하는가 하면, 성적 파트너였던 스콧을 자신의 양자로 입양하려 하기도 했다. 리버라치와 스콧 각자는 갈수록 더 센 자극을 원하게 되어 강력한 수술, 더 유해한 약물 그리고 보다 위험한 관계로 빠져들어갔다.

그리되리라는 것을 막연히 알고 있지만 달리 살 도리 없이 그렇게 살아간다. <쇼를 사랑한 남자>는 그런 삶에 대한 영화다. 놀라운 반전이나 파격 없이 여느 삶처럼 사랑하고 증오하고 헤어지며 연민하는 모습을 훑어간다. 리버라치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아카데미 시상식과 라디오시티 뮤직홀 공연에 성공했고, 스콧은 그 뒤로도 오래 살아남았다. 쇼는 끝나도 삶은 그렇게 지속되지만, 영화의 결말은 한순간 우리를 성스럽고 초월적인 쇼의 신전으로 이끈다. 본 영화는 당분간 연출을 쉬겠다는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 인생에 기억에 남는 이정표가 될 듯하다. 복잡한 내면을 온몸으로 보여준 맷 데이먼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암 투병을 이겨낸 마이클 더글러스의 영혼을 바친 연기야말로 영화의 비범함을 살려냈다.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쇼는 일상을 망각시키는 달콤하고도 현란한 최고의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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