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환경 파괴의 심각성 <에코 플래닛 3D: 지구 구출 특급 대작전>
2013-10-09
글 : 정지혜 (객원기자)

활발함이 지나쳐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샘(노판 찬타라손)은 현직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다. 타이에서 열리는 세계 잼보리대회에 참가해서도 방자함을 발휘하다 길을 잃는다. 원주민 노바(능티다 소폰)와 호르페(아티피치 추티와칸존차이)는 쓰러져 있는 샘을 정성껏 돌보지만 잠에서 깬 샘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누가 자신을 집에 데려다줄 것이냐며 생트집부터 잡는데 그야말로 ‘밉상’이다. 한편 노바의 할머니는 숲의 정령으로부터 불덩이 괴물과 대왕 뱀의 싸움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같은 시각 미국 정부는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돌연변이를 퇴치할 냉동 폭탄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냉동 폭탄이 곧 대왕 뱀이라는 사실을 감지한 호르페와 노바는 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칠 것을 호소한다.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다룬 <에코 플래닛 3D: 지구 구출 특급 대작전>(이하 <에코 플래닛>)의 주제 선정은 시의적절하고도 현실적이다. 전기에너지 남용이 낳은 불덩이 괴물에 인간은 파국을 자초할 냉동 폭탄으로 맞선다는 설정이나, 국제회의에서 국가간 갈등만 키우고 있는 미국과 각국 정상들의 모습은 현실의 반영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흥미로운 소재와 인물, 세력간의 대립 구도에도 불구하고 <에코 플래닛>은 전세계가 동시에 전기스위치를 내린다는 단순함을 넘어 순진해 보이는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맥없는 후반부를 맞는다. “전기스위치를 전부 끄세요”라는 게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연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이미 본 이상 스위치를 내려도 정작 지구가 아픈 이유는 따로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에너지 사용에 대한 단편적이고 상징적인 호소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의 이야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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