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좀 놀았던’ 애인을 대하는 방법 <밤의 여왕>
2013-10-16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영수(천정명)는 맹하다 싶을 정도로 순진하고 소심한 남자다. 그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청순한 희주(김민정)를 보고 첫눈에 반한 뒤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3년 뒤, 우연히 참석한 부부 동반 동창회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1등 상품에 욕심을 낸 희주가 갑자기 파격적인 섹시 댄스를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이 날의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영수는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알고보니 희주는 이십대 시절 ‘렉시’라는 이름으로 클럽계를 휩쓴 전설적 인물이었던 것. 과연 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그리고 희주의 정체는 무엇일까.

옛날에 ‘좀 놀았던’ 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코미디와 멜로로 풀어낸 <밤의 여왕>은 의심 많고 소심한 남자의 불안 해소용 드라마다. 영화는 클럽에서 놀았던 아내의 과거를 남편이 이혼을 생각할 정도의 심각한 흠집으로 그리지만 결과적으로 아내의 ‘흑역사’를 가정이라는 제도 속으로 통합시키며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만든다. 아내가 지난 시절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주의 과거가 정말 비난할 만한 것인가는 차치하고 보더라도, 이 모든 이야기가 단지 속 좁은 남자가 자기 혼자 아내를 오해했던 것일 뿐이라서 ‘사랑의 힘’이라는 메시지 자체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2013년의 영화가 2003년을 그리는 방식이다. 영화는 이효리 신드롬, 한•일월드컵과 클럽 문화 등을 마치 먼 과거처럼 기억하며 그 시절의 사람들을 순진하고 어수룩하며 덜 자란 이들로 그린다. 그리고 현재의 인물들은 그사이에 벌써 어른이 다 된 것처럼 촉촉한 눈으로 2000년대를 추억하는데, 이 갑작스러운 단절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무엇이 삼십대 초반 세대들로 하여금 벌써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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